시레토코에서 불곰 만날 확률 30%
세계자연유산 시레토코에서 불곰이 가장 많이 출현하는 이와오베쓰 강 하구와 바다 풍경.
홋카이도에서 불곰을 만날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
그러나 홋카이도 북동쪽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시레토코 국립공원에서는
그 확률이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물론 여기에는 불곰이 자주 출현하는 특정 장소에서의 확률이다.
이를테면 시레토코에서 연어와 송어가 올라오는 길목인
이와오베쓰 강이 바로 그런 곳이다.
연어를 잡아먹기 위해 강으로 내려온 불곰 한 마리가 인기척을 듣고 숲으로 줄행랑을 놓고 있다. 경황 없이 찍어서 사진 상태가 좋지 않다.
시레토코 국립공원 자연센터에서 일러준 바에 따르면,
불곰은 바로 이와오베쓰 강 하류에 자주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맘때쯤 올라오는 연어와 송어를 잡아먹기 위해서다.
초식동물인 불곰이 기나긴 겨울잠에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지방 축적인데,
연어와 송어는 바로 이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지방 공급원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곰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와오베쓰 강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와오베쓰에서 만난 또 한 마리의 불곰. 나와 불곰과의 거리는 겨우 30~40여 미터에 불과했다.
날은 흐리고 하늘에선 줄곧 가랑비가 흩뿌렸다.
버스에서 내려 내가 이와오베쓰 강 하구에 다 이르렀을 때,
건너편 산자락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되었다.
무언가가 어슬렁어슬렁 강가로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나는 좀더 그것을 자세히 관찰하려고
급히 망원렌즈를 갈아끼우는데,
누군가 “곰이다!”하고 소리쳤다.
숲속으로 도망친 또 한 마리의 불곰이 강 건너편을 살피고 있다.
렌즈보다 눈이 먼저 곰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그 소리에 놀란 곰이 숲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사진기를 꺼내 겨우 도망치는 불곰을 한 컷 찍었다.
날이 흐린데다 워낙에 경황이 없는 터라 사진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래도 내 눈으로 똑똑히 불곰을 만난 것이다.
시레토코 자연센터 직원들도 10번을 가면 서너 번 정도 불곰을 만난다는
이와오베쓰에서 가자마자 나는 불곰을 만난 것이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가 또다른 소식을 전해왔다.
위쪽에 지금 곰 세 마리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다른 곰 한 마리가 숲속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세 마리의 곰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서둘러 나는 세 마리의 곰이 나타났다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드디어 그곳에 이르렀을 때,
두 마리의 곰은 인기척을 듣고 천천히 숲을 헤치고 들어가는 중이었다.
다른 한 마리의 곰만이 남아 나무 등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방금 불곰이 누고 간 배설물(위)과 모래밭에 찍힌 불곰 발자국(아래).
불과 30~40여 미터 떨어진 거리였다.
세 마리의 곰을 승용차에서 지켜본 일본인 부부에 따르면,
녀석들이 개울에서 연어를 잡아먹고는
물을 건너와 불과 10여 미터 앞에서 똥을 누고 가더라는 것이다.
부부는 무서워서 승용차 문을 걸어잠근 채
그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고 한다.
시레토코 국립공원 라우스 자연유산 협의회 전시실의 박제된 불곰.
곰은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고 하천을 사이에 둔 채 계속 이쪽을 응시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곰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그곳을 떠나는 것이다.
결국 강 건너편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곰이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한 장소에서 나는 두 번에 걸쳐 무려 네 마리의 곰을 보았다.
그만큼 시레토코에는 불곰이 많다는 증거다.
이 곳의 불곰 생식밀도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데,
전문가에 따르면 시레토코 지역에 약 200~300마리의 곰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의 곰 출생율과 생존율을 파악해서 나온 통계 수치다.
사진 협조: 시레토코 국립공원 라우스 자연유산협의회 전시실에 걸린 자료사진.
홋카이도에서 불곰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이다.
홋카이도의 본래 주인인 아이누족은 불곰을 ‘기문카무이’(‘산의 신’이란 뜻)라 하여
육지의 최고 신으로 여겼다.
그들은 곰이 ‘신들의 세상’에서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하다가
때때로 곰의 가죽을 입은 상태로 이 땅에 내려온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들은 사냥으로 곰을 잡았을 때조차
곰을 신의 나라로 돌려보내는 ‘곰 보내기’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지금도 시레토코에서는 불곰을 이곳의 상징처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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