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모델고양이 해볼 생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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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모델고양이 해볼 생각 없나?

 

 

“자네 혹시 모델고양이 해볼 생각 없나?‘

“전 이미 <명랑할걸 고양이> 표지모델 출신인 걸요!”

역전고양이 삼색이 중 한 마리는

고양이책에 단 한번의 출연만으로 표지모델이 되었다.

 

 

역전고양이 삼색이 가운데 가장 미묘라 할 수 있는 이 녀석은

내가 ‘역이’라고 처음 불렀는데,

부르다보니 ‘여기’가 되었다.

이왕 여기라 했으니 좀더 새침한 삼색이 녀석에게는 ‘저기’,

얼굴에 된장이 묻은 듯한 삼색이에게는 ‘거기’,

고등어 녀석에게는 ‘요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역전고양이 어미는 그냥 ‘역전댁’이다.

내가 역전 고양이숲에 나타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이는 녀석은

역시 여기다.

녀석은 이제 내 카메라 1미터 앞까지 접근하기 일쑤다.

해서 가끔은 망원렌즈만 끼고 갔다가 사진을 찍지 못할 때도 많다.

 

 

 

며칠 전 고양이숲을 찾았을 때

역시나 이번에도 여기가 가장 먼저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내가 고양이숲 오솔길에 앉아 있자

덩달아 그 앞에 앉아 모델고양이가 되어 주었다.

고양이숲을 배경으로 모델처럼 다소곳이 앉아 있는 고양이.

고개도 이렇게 돌렸다가 저렇게 돌렸다가

하늘을 올려보는가 하면 한창 먼곳을 응시하기도 했다.

 

 

 

그건 마치 모델이 잡지 화보를 촬영하듯 포즈를 취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화보를 찍듯 녀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뒤늦게 저기와 요기가 왔고,

거기와 역전댁은 고양이숲 저편에서 이쪽을 계속 응시했다.

화보 촬영이 끝나고 녀석이 출출할까봐

나는 고양이숲 한가운데 수북하게 사료를 부어주었다.

 

 

사실 시골로 영역을 옮긴 뒤로 나는

고양이 사료 급식을 할 때 그릇을 사용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릇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사료를 먹는 녀석들이 자칫 돌이나 흙을 삼키거나

이물질을 삼켜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난 해 봄 당돌이와 순둥이, 까뮈에게 그릇째로 밥을 주었다가

누군가 돌멩이로 사료그릇을 내리친 사건을 겪은 뒤로

나는 그릇 사용을 포기했다.

 

 

차라리 낙엽이 쌓인 곳이나

이물질이 없는 매끈한 맨땅, 혹은 판자나 풀밭 위에

사료를 부어주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도심에 비해 시골에서는 그릇을 사용함으로써 도리어 사람들 눈에 더 잘 띄게 되고

그건 곧 고양이 학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출산 후 매일 사료배달을 할 수 없어서

이틀에 한번씩, 이틀치의 많은 양을 한꺼번에 부어주는 것 또한

그릇 사용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고양이숲에 사료를 부어주자

여기 저기 거기 요기 역전댁 다섯 식구가 한자리에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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