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만든 슬럼가: 울란의 게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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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만든 슬럼가: 울란 외곽의 게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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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 외곽의 게르촌을 향해 달리는 택시. 깨진 유리창. 금이 간 현실.

몽골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울란바토르 시가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이른바 자본이 만든 슬럼가, 게르촌이 펼쳐진다.
우리의 경제개발시대의 판자촌과 다를 바 없는 게르촌의 거리는
때때로 우울하고, 사람들은 그저 무표정하다.
도심에서 밀려난 아이들은 밀려난 채로 조용히 골목의 그늘에 웅크려 있다.
이 아이들이 초원에서 말 타고 염소떼를 모는 아이들보다 행복한가, 라는
질문은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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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촌 언덕 위로 펼쳐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

1990년 몽골에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시장 경제가 도입되면서
수많은 몽골의 유목민들은 유목을 버리고 울란바토르에 정착했다.
그건 마치 우리가 70년대 너도나도 돈 벌러 서울로 외입가던 풍경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울란바토르의 한정된 일자리는
무턱대고 올라온 수많은 유목민들을 다 먹여살릴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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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촌 언덕에서 바라본 외곽의 풍경과 멀리 보이는 울란바토르 시내 풍경.

그들은 쓰레기를 줍고 허드렛일을 해가며
도시 빈민층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울란 외곽의 슬럼가는 바로 ‘시장 경제’라는 자본의 괴물이 만들어냈다.
울란 외곽의 슬럼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약 25만여 명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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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우리나라 서울의 판자촌을 연상케하는 울란바토르의 게르촌.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울란바토르 시내의 고층건물과 아파트이며,
외국산 중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벼락부자들이다.
이곳의 빈민층은 언젠가는 자신들도 저곳에서 자동차를 빵빵거리며
당당하게 백화점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여기지만,
현실은 언제나 도심에서 밀려난 채
밀려난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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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촌의 아이들. 게르촌의 미래.

“그렇다면 당장 이곳을 떠나면 되지 않는가?”
초원에서 말 고삐를 버리고 도심으로 올라온 이상
그들이 다시 초원으로 돌아갈 확률은 매우 낮다.
그들은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도시에서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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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먼지와 꼬르륵 소리 속에 뒹굴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방법이
도시에서 사는 거라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러나 초원을 이탈한 그들의 꿈은 울란바토로 시민으로 편입되는 것이고,
도심에서 당당하게 교육받는 것이며,
장차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 나가 돈을 버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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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촌 골목. 그리고 하늘.

"미래가 당신을 구원해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요!"
하지만 칭기스칸의 후예답게 그들은 막무가내다.
인생은 어차피 모험이고 전투 아닙니까, 라고 말하면서.
상처 입은 아이들의 영혼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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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촌의 아이들은 더이상 초원의 유목민을 동경하지 않는다.

몽골 사람들도 서양이 100년 만에 이룩한 것들을 10년 만에 이루려고 한다.
초원을 이탈한 그들은 과거 해가 뜨고 지는 것으로 시간을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전자시계와 휴대폰이 대신 시간을 알려준다.
슬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더러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심의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 일찌감치 주먹질을 배운다.
누군가는 말한다. "
택시 운전사가 될 수 없다면 택시를 강탈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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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 외곽 게르촌 앞을 흘러가는 강에서 멱을 감는 사람들.

유목하지 않는 빈민들.
먼지 속을 굴러다니는 미래.
치안도 없고 복지도 없는 이곳에서 그들은 오늘도
오물 냄새 나는 울란의 뒷골목으로 출근한다.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그러나 비참함을 벗어나는 순간, 암담함이 그들을 방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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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와 수영. 소년과 소녀. 현실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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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여자는 몸이라도 팔아야 하죠"
분명히 그들은 초원의 유목민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몽골의 평화로움과 유목민의 낭만 이면에 도사린
도시 빈민의 쓸쓸한 그림자는 그렇게 비틀비틀 붐비는 울란 시내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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