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의 눈으로 본 몽골
울리아스타이의 소르크 동산에서 발 밑을 날고 있는 솔개를 본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올랐다가 한참을 정지 비행하는 솔개의 모습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 그 자체였다.
몽골에서는 솔개가 망아지 우는 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가만 들어보면 솔개는 이히이잉~ 하면서 망아지보다는 조금 날카로운 소리로 운다.
여기에는 이런 설화가 전해온다.
옛날 ‘촉칙’이라는 작은 새와 ‘에데(솔개의 몽골말)’가
소리를 배우러 길을 떠났다고 한다.
촉칙은 가는 곳마다 소리를 배워서 무려 70가지 소리를 내게 되었으나,
솔개는 가는 길에 그만 잠이 들어 아무 소리도 배우지 못했다.
그 때 눈앞에 어미 잃은 망아지가 우는 소리를 듣고는 그 소리 한 가지만 배웠다는 것이다.
저공비행과 선회비행을 반복하고 있는 솔개.
몽골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자주,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새가 바로 솔개다.
솔개가 몽골에 그토록 많은 까닭은
초원과 구릉에 타라바가(다람쥐보다 약간 작은 설치류)를 비롯해
들쥐와 알렉다그(작은 캥거루처럼 생긴 토끼만한 동물) 등 설치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초원에 방목하는 가축이 죽게 되면,
독수리와 더불어 사체 청소부 노릇도 이 녀석들이 한다.
새 중에 수명이 가장 길다고 알려진 솔개는 보통 40~50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 중에 가장 시력(사람의 10~20배)이 좋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망원경의 눈이 솔개의 눈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터송챙겔에서 만난 솔개와 초원의 게르와 양떼 풍경(위, 아래).
뿐만 아니라 솔개의 눈은 인간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광각렌즈처럼 내려다본다.
망원경에다 광각렌즈를 장착한 눈이 솔개의 눈인 것이다.
만일 솔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이다.
그것은 헬리콥터보다 안전하고 우아하고 낮게 날면서도
카메라가 따라올 수 없는 멋진 앵글을 담아낼 것이다.
그것은 구릉에서 한참을 떠돌다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초원으로 이동할 것이다.
기껏해야 수백 미터 상공에서 녀석은 수천 미터 반경을 한눈에 담고
한동안 구름처럼 조용히 떠있을 것이다.
녀석에게는 국경도 길도 산맥과 사막도 그저 한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드넓은 초원의 화폭에 양떼가 지나가는 풍경과
말을 타고 달려가는 양치기 소년과 여기저기 흩어진 게르 몇 채는
솔개에게 얼마나 사소한 풍경일 것인가.
몇 차례 솔개는 내 앞을 선회비행하다 소르크 동산을 떠나 초원으로 날아갔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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