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질질이 따라쟁이 괴물 이야기
-- <왜 나만 따라 해!>(휴이넘), 글: 고여주, 위혜정, 그림: 윤희동
다 큰 어른이 그림책을 읽는다. 그것도 6~8세가 읽는 그림책을. 요즘에 나는 종종 아이들의 그림책을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거기서 보석같은 책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번에 우연히 접한 <왜 나만 따라 해!>라는 그림책도 그 중 한권이다. 본래 이 책은 휴이넘 출판사의 가치만세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으악! 늦었다!>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을 재미있게 본 터라 두 번째 책도 본능적으로 넘겨보았다. 첫장에 실린 아이의 크레파스 낙서부터가 심상치 않다. 순식간에 책 한권을 다 읽고, 한바탕 웃었다.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민지네 집에는 침질질이 괴물이 살고 있다. 이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민지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따라쟁이 훼방꾼 노릇을 한다. 민지의 숙제를 엉망으로 망쳐놓는가 하면, 민지의 옷에 똥을 묻히고, 심지어 공책을 질겅질겅 씹어먹기도 한다. 화가 난 민지는 괴물에게 고함을 질러보지만, 되레 민지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벌을 서고 만다. 그런데 손 들고 벌 서는 민지 옆에 따라쟁이 괴물이 기어와 벌 서는 민지를 똑같이 따라한다. 이 괴물은 바로 민지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어른들이야 이 괴물이 민지의 동생이라는 것을 금세 눈치채지만,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이 괴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 즐거워한다. 이 즐거움은 모든 동생이 있는 아이들이 동생을 괴물에서 ‘동생’으로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모는 곧잘 맏이와 막내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어른들은 맏이에게 ‘네가 언니니까 형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해야 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맏이의 입장에서 동생이 자신보다 어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언제나 동생과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게 되고, 부모가 동생만 감싸고 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책은 동생이라는 존재가 아직 철없고 순진한 침질질이 괴물같은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맏이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강요가 아니라 이해! 교훈적인 설득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처럼 세상의 작은 가치를 아이의 마음에 전하고 있다. 재미와 가치를 함께 담은 그림책인 것이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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