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냥 3남매 여름나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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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냥 3남매의 여름나기 그후


지난 7월 <길아기냥 3남매의 여름나기>라는 제목으로
연립주택 화단에서 태어난 세 마리의 아기냥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세 마리의 아기냥은 2개월쯤 된 녀석들로
이제는 녀석들도 부쩍 자라 벌써 5개월이 되어간다.

그러나 3남매 중 첫째는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부턴가 보이지 않더니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다.
온몸이 새카만 깜이 녀석은 아마도 저 세상으로 떠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하나는 가고, 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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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가 길가의 개나리 그늘 스폰지 위에서 낮잠을 자다 잠이 깼다.

남은 두 녀석은 멍이와 얌이다.
흰색에 고등어무늬를 지닌 녀석이 멍이고,
검은색 바탕에 입 주변과 다리가 하얀 녀석이 얌이다.
멍이는 가끔 멍한 표정을 잘 지어서 멍이고,
얌이는 얌체처럼 싹싹해서 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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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남매의 한가로운 오후의 낮잠시간. 맨앞의 깜이는 이제 더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7월까지만 해도 녀석들은 연립주택 화단을 둥지 삼아
밤이 아니면 길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않더니
어느덧 녀석들은 대낮에도 골목을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얌이 녀석은 위쪽의 원룸단지까지 영역을 차지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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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초 카메라로 담은 마지막 깜이 사진.

생후 4개월이 되도록 녀석들은
어미 품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다.
처음에는 어미냥의 모성애가 유난히 강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가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어미가 녀석들을 독립시키려고
부단히도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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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이와 멍이는 언제나 사이좋게 붙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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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주면 새끼들을 못먹게 으르렁거리고,
가끔은 쫓아내려는 포즈도 취하곤 했다.
그러나 두 녀석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결국 어미가 두 녀석을 버리고 인근의 둥지로 자리를 옮겼다.
이래저래 4개월만에 두 녀석은 독립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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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이와 멍이가 차밑의 그늘에서 햇볕을 피해 쉬고 있다.

얌이와 멍이 남매는 유난히도 사이가 좋다.
낮잠을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자고,
어디를 갈 때도 꼭 같이 다닌다.
심지어 원룸단지의 숯불닭집 앞으로 간식 동냥을 떠날 때에도
둘은 꼭 붙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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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는 평상시에 소심하고, 먹이 앞에서만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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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둘에게도 서열은 엄격해서 먹이를 주면
꼭 멍이가 먼저 먹고, 얌이는 나중에 먹는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붙임성 있게 구는 녀석은
언제나 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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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 녀석, 거리에서 나를 만나면 먹이를 달라고 냥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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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는 언제나 뒷전에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
어쨌든 얌이와 멍이는 긴 장마를 견디고
폭염도 견디고 무사히 여름을 났다.
그러나 둘의 은신처이자 둥지였던 연립주택 화단은
이제
깨끗하게 정돈이 돼서 더 이상 둘의 은신처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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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단지의 주차장에 앉아 있는 멍이(위) 사람의 시선을 피해 둥지로 돌아가는 멍이(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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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녀석들은 연립주택 눈썹지붕에 올라가 낮잠을 자곤 한다.
가끔은 버려진 가구 속에 들어가 자기도 한다.
생존율 30%도 되지 않는 길고양이의 세계에서
세 마리 중 둘의 생존은 당연하지 않게 엄청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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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에 비해 얌이는 성격이 밝고, 거침이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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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둘은 먼저 간 첫째의 몫까지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동네의 현실은 길고양이가 살아가기엔 참담할 정도의 현실이다.
동네의 청소하는 아줌마며, 고깃집 아저씨며, 인근의 이상한 아저씨는
고양이만 보이면 돌을 던지고 막대기로 길고양이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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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내가 나타나면 항상 먼저 달려나오는 녀석도 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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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사고도 부쩍 늘어 최근에는
꼭잡이를 비롯해 길에서 죽은 아기냥을 세 마리나 보았다.
공원의 개나리 그늘에서는 굶어서 죽은 어미 고양이도 본 적이 있다.
뱃속에는 새끼가 들어 있는지 배가 잔뜩 부푼 상태로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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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이 녀석은 이제 내 앞 1미터 이내까지도 접근해 몸을 뒹굴고 냥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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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는 분리수거가 너무 잘 되는 편이어서
사실상 길거리에서 길고양이가 먹을만한 것이 이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먹이를 주던 몇몇 사람도 이제는 거의 손을 떼었다.
주변의 협박에 가까운 압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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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이와 멍이는 어느덧 5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살아갈 일은 살아온 것보다 훨씬 순탄치 않을 것이다.

얌이와 멍이는 이제껏 잘 살아왔고,
잘 견뎌왔지만,
둘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가 않다.
그것이 길고양이의 운명이고 비극인 것이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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