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에서 도마뱀과 놀다
고비를 여행하는 중에 도마뱀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도마뱀이구나, 하며 대수롭잖게 보아넘겼는데,
가는 곳마다 녀석이 출몰하였다.
이곳의 도마뱀은 특히 색깔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등에는 희고 검은 반점이 보기좋게 어울렸고,
옆구리엔 짙은 주황색 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다.
머리 위에 올라앉아 느긋하게 해바라기를 하는 도마뱀.
내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모래벌판에서 만난 도마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멀리서 보고만 있던 몽골 운전기사는
마치 잠자리를 잡아채듯 그 큰 손으로 도마뱀을 낚아채
나에게 건네주었다.
모래땅 고비에서 만난 도마뱀 두 녀석.
도마뱀이라면 어린시절에도 흔하게 만지며 놀았던 기억이 있던 터라
나는 도마뱀을 건네받아 어깨며 손바닥에 올려놓고 놀았다.
동행자 중 누군가는 그것을 목덜미에 얹어 도마뱀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또 누군가는 그것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도마뱀이 머리 위까지 기어오르는 것을 즐겼다.
도마뱀 액세서리는 어떨까.
가도가도 모래벌판만 펼쳐지던 고비 여행에서
도마뱀은 한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고,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물론 도마뱀 입장에서는 잠시 동안의 이 시간이
학대의 시간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내가 도마뱀을 모래벌판에 놓아주자
도마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모래식물 속으로 걸어갔다.
잠시 도마뱀과 놀다 놓아주었다. 녀석이 나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녀석은 금세 제 ‘나와바리’로 돌아갔지만,
자꾸만 나는 모래밭에서 도마뱀을 잡으며 놀던 어린시절의 추억에 젖었다.
그 때만 해도 도마뱀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친근한 녀석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 도마뱀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도마뱀에 대한 내 기억은 꼬리가 잘린 것처럼 허전하기만 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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