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러브 스토리’
러브 스토리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올리버와 제니가 눈밭에서 뒹굴며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곤 한다.
이웃마을 봉달이와 덩달이 녀석도 ‘러브 스토리’를 찍고 싶은 걸까.
아니면 ‘러브 레터’처럼 눈밭을 달려가 ‘오겡끼데스까’라도 외치고 싶었던 걸까.
봉달이: "이제 눈밭 경주라면 지겹지 않냐? 오늘은 걍 설렁설렁, 알았지?" 덩달이: "그러시등가!"
이 녀석들 툭하면 눈밭에 나와 논다.
눈밭을 뒹굴고, 눈밭을 달리고, 눈밭에서 잡기 놀이까지 한다.
이 녀석들은 고양이가 대체로 눈을 싫어한다는 속설을 가볍게 무시한다.
어제는 기어이 눈밭에서 놀던 녀석들이
기찻길 언덕까지 경주를 했다.
봉달이: "요건 몰랐지..내가 일등이다!" 덩달이: "좋냐?"
이번에는 천신만고 끝에 봉달이가 이겼다.
내가 보기에는 처음부터 덩달이는 이길 생각도 없었다.
덩달이는 눈밭 경주라면 이제 이골이 났다는 듯 설렁설렁인데,
이겨본 적 없는 봉달이만 공연히 경쟁심에 불타
전력을 다한다.
"고양이적으루다 이제 눈밭 사진은 고만 찍읍시다...근데 아저씨 이 바지 방수예요? 눈이나 닦아야지...."
그래도 이 녀석들 언제나 사이가 좋다.
눈이 올 땐 함께 눈 구경을 하고,
눈밭을 걷는 것은 기본이요,
마당에서도 함께 자고, 함께 먹는다.
날이 추울 땐 함께 체온을 나눈다.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둘은, 체온은 나눌수록 더 따뜻해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우리 커플이 부럽다구요? 슬슬 지겨워진다구요...아 좀 참신한 파트너 없나?"
맨 처음 눈밭에 나올 때도 녀석들은
사이좋게 나란히 눈밭으로 나온다.
돌아갈 때도 역시 사이좋게 나란히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는 둘을 ‘환상의 짝꿍’이라 부르고
‘못말리는 단짝’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랑이거나 우정이거나 혹은 연대감이거나
둘은 함께 있을 때 좋고,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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