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숯검뎅이가 돼 돌아오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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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숯검뎅이가 돼 돌아오는 고양이



어제 <지하실에 버려진 고양이, 여성단체 식구 된 사연>이란 기사를 올렸다.
요약하자면 지난 겨울 평화의집 지하실에 새끼를 낳은 어미가
아기냥을 버리고 가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이 불쌍한 고양이를 거두어
뜰고양이로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돌보는 고양이는 뜰고양이 ‘나비’만 있는 게 아니다.
‘얼룩이’로 이름붙인 길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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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얼굴이 온통 숯검뎅이가 돼 돌아온 얼룩이가 평화의집 뜰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얼룩이는 올 봄부터 평화의집 뜰을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늘 어딘가를 떠돌다 급식시간만 되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밤새 다른 곳을 떠돌다
낮이 되면 이곳을 찾아 밥을 먹고 잠시 뜰고양이 ‘나비’와 놀다가
밤이 되면 다시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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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얼룩이가 밤새 다른 곳을 떠돌다 급식 장소인 평화의집 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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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가지 미스테리한 일이 있다.
이 녀석 멀쩡한 얼굴로 뜰을 나섰다가도 다음 날 다시 나타날 때면
언제나 숯검뎅이칠을 잔뜩 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도대체 녀석이 밤새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는 여성단체 사람들조차 아는 사람이 없고,
그들 또한 그것이 궁금해서 CCTV라도 설치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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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세요. 왜케 내 얼굴에 그렇게도 관심들이 많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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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여성단체연합 유일영 씨에 따르면
얼마 전 선교원 철대문 위에서 한밤중에 눈빛 광선을 쏘아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라고.
그리고 길 건너 아파트 사이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게 전부라고 한다.
도대체 녀석은 밤마다 뭘 하고 다니는 걸까.
뭐 어차피 녀석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녀석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 몇 개를 상상해 보기로 한다.
이건 진짜가 아니므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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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집 급식장소에 나란히 앉아 있는 얼룩이와 나비.

첫째. 얼룩이는 굴뚝청소냥이다.
밤마다 녀석은 북아현동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굴뚝을 청소하고 다닌다. 달동네 이웃에 대한 봉사활동인 셈이다.

둘째. 얼룩이는 연탄배달냥이다.
밤마다 녀석은 북아현동 달동네의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배달하고 다닌다. 대체로 연탄배날냥 자격은 올블랙에게만 있지만, 녀석은 일부러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혀 올블랙 흉내를 내는 것이다.

셋째. 얼룩이는 본래 고양이나라 왕자다.
녀석은 본래 고양이나라의 왕자여서 밤마다 환기구를 통해 고양이나라에 다녀오는 것이다. 인간세상의 저주가 풀리면 얼룩이는 다시 복귀할 것이다.

넷째. 알고 보면 불쌍한 가장이다.
길 건너 아파트 단지 환기구 속에 돌봐야 할 처자식이 있다. 녀석은 밤마다 몰래 평화의집 사료를 물어다 환기구로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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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파워블로거 몽구 님이 뜰고양이 '나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촬영하고 있다. 음....고양이에게 관심도 없던 몽구 님도 이제 슬슬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군!!!!

현실적으로 네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그럴 듯하지만,
여성단체 사람들도 모르는 일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다만 녀석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너에게 못생겼다고 혹은 꼬질이라고 놀리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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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냥저냥 2009.09.30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매력적이야...^^;;;

  3. 멍구 2009.09.30 13:12 address edit & del reply

    달리님게서 주신책 잘 읽고 있습니다.ㅋㅋ
    그리고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구요.
    지금 부산 해운대 근처에서 댓글 다는뎅.

    이때 찍은 제 프로필 사진 좀 보내 주세용.^^
    jhkimail@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당.ㅋㅋ
    고양이를 보려는 독자들이 많군요.

    추척연휴 잘 보내시고 다음에 또 뵈요.^^

  4. Favicon of http://blog.daum.net/iruyong BlogIcon 이루용 2009.09.30 13:57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아이, 얼마나 매력적인데요!
    왠지 눈썹없는 모나리자 같지 않나요? ㅎㅎ
    몸 곳곳의 얼룩반점을 찾아보세요 홍홍.
    손 한 번 잡아보고 싶은데 ... 흙- 어찌나 까칠하신지 ㅠ.ㅠ 반년을 넘게 저 혼자 짝사랑중이에요 :)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09.30 14: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녀석....정말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잘 보고 갑니더~

  6. 셀르민트 2009.09.30 14:37 address edit & del reply

    우리집 근처에도 길 고양인 많지만....
    왠지.잘생긴,외모를 보아.저도,왕자가
    아닐까~~~ㅋㅋㅋ즐거운.추석.되세요...

  7.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09.09.30 14:5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나라 왕자님이라는 데 한표 던져요..ㅋㅋㅋ 왠지 말썽꾸러기 악동 느낌이네요..^^

  8. 마냥 2009.09.30 15:00 address edit & del reply

    참숯숯불갈비집 남은 고기라도 먹고 다니는 것 같아요ㅎㅎㅎ

  9. 임현철 2009.09.30 15:08 address edit & del reply

    생명의 신비를 보는 즐거움은 느끼는 사람만이 알겠죠?

  10. 귀여운 냥이 2009.09.30 15:29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얼룩냥이도 가만 보면 귀엽게 생겼는데요. ㅋ
    얼굴에 땟국물 없으면 뽀얀 예쁜 냥이일 것 같아요.^^

  11. 오기 2009.09.30 16:31 address edit & del reply

    햐,... 메론색 눈동자가 정말 왕자님 같네요
    현실은 힘든 고양이 가장?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도 막 떠오르고요...
    깻잎머리가 참 귀여워요 ~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기 바래봅니다 ~

  1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30 19:28 address edit & del reply

    몽구님 대게 젊으시네요... 달희님과 친하신가봐요...
    저둥 고냥이 덤말 조아헤요~~~ 곤석 꼭 캔디에 나오는 들고양이 닮았어요...

  13. 미리내 2009.09.30 20:32 address edit & del reply

    얼룩아 ~나역시 그누가 뭐라고 해도 영원히 너편에 서있을께~~얼룩이 화이팅!!

  14. 익명 2009.09.30 20:4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5. 아이구 2009.09.30 21:29 address edit & del reply

    어디서 진짜 뭘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ㅎㅎ 얼굴에 검뎅이 묻어 있는 거 보니까 넘 웃겨요 ㅜㅜ ㅋㅋㅋㅋㅋㅋㅋ

  16.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30 22:05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너무 너무 궁금해요. 잠복취재라도 하고 싶어요

  17.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9.30 23:42 address edit & del reply

    까맣게 되더라도 비비고 돌아다니면 다시 하예지는데 어째 저리도 숯검뎅이래..
    얼룩이가 얹혀사는집 쥔 아저씨가 연탄배달하러 나가면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 줬나봐요..
    밤에 배달하는 곳이 있거등요. ^^
    요즘 고양이 기사가 부쩍 늘었어요. 몽구님까지.. ^^

  18. 2009.10.01 01:23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 눈을 보니 결막염 걸린거 같네요.
    눈아 아파보여요.
    그래서 더러운 길 다니면서 눈을 계속 비벼서...까매진것 같네요.....
    치료되는 약좀 먹이세요....사료에 갈아서...

  19. 익명 2009.10.01 09:2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 2009.10.01 23:08 address edit & del reply

    소방수냥일지도..

  21. Favicon of http://99 BlogIcon 빨갱이 새끼 2009.10.06 11:08 address edit & del reply

    걍 ... 밥먹으러 올때 불쌍해 보일라구 울타리앞에서 칠갑을 하고 들어오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