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속 파란마을, 쉐프샤우엔의 그림같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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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 파란마을, 쉐프샤우엔의 그림같은 고양이

 

 

모로코의 쉐프샤우엔(Chefchaouen)은 우리에게 별로 친숙한 지명이 아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에게 이곳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힐링 플레이스’로 유명하다.

론리 플래닛은 쉐프샤우엔을 일러 모로코에서 가장 매력적인(사랑스러운) 여행지로 꼽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곳에 다양한 수식어를 갖다붙이기 시작했다.

스머프 마을, 동화 속 마을,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마을, 파란마을, 시간이 멈춘 마을.

 

 

쉐프샤우엔의 가장 큰 특징은 메디나(구시가)의 모든 집들이 인디고 블루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쉐프샤우엔의 골목을 걷다보면

마치 바닷속을 거니는 것 같기도 하고, 사뿐사뿐 하늘 위를 걷는 것도 같다.

사실 쉐프샤우엔이 나에게 특별했던 건 다른 데 있다.

바로 고양이.

이곳의 고양이는 어디에 있건 그림과도 같았다.

 

 

바다색 벽면을 배경으로 계단에 앉아 있는 고양이

혹은 하늘색 대문 앞에 앉아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

젤라바를 입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소곳이 앉아 먼산을 응시하는 고양이.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인 골목에서 파란집 창문을 향해 먹이를 달라고 냐앙냐앙 보채는 고양이.

고양이끼리 서로 어울려 장난을 치고, 서로 엉켜 잠을 자는 고양이.

흔히 모로코를 ‘고양이의 천국’이라 부르는데,

풍경만 놓고 보자면 쉐프샤우엔이야말로 그렇게 불러도 마땅한 곳이다.

 

 

하늘색과 파란색이 어울린 풍경 속에서

새근새근 천사처럼 잠든 고양이를 상상해 보라.

무엇보다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거다.

쉐프샤우엔에 도착한 첫날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비 오는 쉐프샤우엔 골목을 걷자니 이건 정말 바닷속을 천천히 헤엄쳐가는 것만 같았다.

호텔을 나와 무작정 가까운 골목의 굽이를 따라 걸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구부러진 골목 저쪽에서 칼을 든 아저씨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칼을 든 아저씨의 손에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무슨 양고기인지 염소고기인지 모를 부속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쉐프샤우엔은 양가죽이나 양털, 캐시미어를 이용한 가죽과 직물공예로도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골목에 양가죽이 쌓여 있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아저씨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달라며 계속해서 뒤따라오며 야옹거렸다.

아저씨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고,

고양이는 여전히 대문 앞에서 냐앙냐앙 울었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고 다시 아저씨가 나왔다.

 

 

한줌의 고기를 손에 들고 나타난 그는 고양이에게 그것을 한 점씩 던져주었다.

고양이는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녀석은 파란 골목 한복판에서 느긋하게 그루밍을 하는데,

사람이 지나가도 비켜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고양이를 비켜가곤 했다.

골목과 벽면의 파란색은 고양이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파란색으로 인해 고양이는 더 돋보였고,

고양이로 인해 파란 골목은 생기기 돌았다.

 

 

 

그루밍을 끝마친 녀석은 20~30미터쯤 경사진 골목을 내려와

또 다른 집에 이르러 집안을 기웃거렸다.

다른 집에서 동냥을 해보려는 심산인 거다.

녀석은 그것이 마치 정해진 일과라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엔 여전히 구름이 가득했다.

지구 반대편 파란색으로 가득한 쉐프샤우엔의 골목에서

한 마리의 고양이와 대면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내 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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