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파란골목의 고양이들
동화같은 마을, 쉐프샤우엔의 이름은
‘염소의 뿔을 보아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마을 뒷산이 염소의 두 뿔(chouoa)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캐시미어 수공업품으로도 유명한데,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바로 ‘하시시’(마리화나)다.
예부터 이곳은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하시시 재배지였고,
그 명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모로코에서는 공식적으로 하시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로지 하시시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도 많다.
실제로 쉐프샤우엔에 도착하면
여기저기서 하시시를 권하는 호객꾼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러나 쉐프샤우엔의 인디고 블루 골목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그 자체로 몽롱한 환각에 빠지게 된다.
바닷속 같기도 하고, 동화 속을 거니는 것 같기도 한
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취한다.
그 몽롱한 마을에서 젤라바(모자가 달린 모로코 전통의상)를 입은 사람들
혹은 그들과 어울린 고양이라도 만나게 되면
나 또한 현실과 비현실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쉐프샤우엔의 비현실적인 골목마다
현실 속의 무수한 고양이들이 실재한다.
전통의상과 소품을 파는 가게를 들락거리는 고양이도 있고,
젤라바를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느긋하게 장난을 치는 고양이도 있다.
파란 골목을 배경으로 영역다툼을 벌이는 고양이들조차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마찬가지로 파란 골목의 계단에서 구애중인 고양이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일 수가 없다.
모스크의 출입문 앞에 앉은 고양이는 성스러워 보이고,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 고양이는 한없이 사랑스럽다.
함맘 광장 식당과 카페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양이들이 사람들 앞을 서성거린다.
젤라바를 입은 어떤 아저씨는 자신이 먹던 빵의 절반을
고양이에게 던져주고,
어떤 여행자는 호텔 조식에서 몰래 가져온 크림치즈를 꺼내
아기고양이들에게 먹인다.
(그 여행자가 바로 나다)
우기의 쉐프샤우엔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데,
파란 골목에서 시간이 멈춘 듯
나는 오래오래 그곳에 멈춰 서 있다.
만일 모로코에 가고자 하는 여행자가 있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쉐프샤우엔을 놓치지 말라고,
한번쯤 파란 골목의 고양이들을 만나보라고.
안녕 고양이 시리즈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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