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산골 신리초등학교에 꽃비 내리던 날
두메산골의 봄은 뒤늦게 찾아온다.
강원도 삼척의 깊은 산중 도계에도 봄이 와서 모처럼 춘화세상이 펼쳐졌다.
그 봄 향기를 이따금 통리협곡의 바람이 무시로 실어나르는 첩첩산중을
허위허위 넘어 너와마을 신리에 도착한다.
너와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신리초등학교에는 벚꽃이 만개해서
봄바람이 교문을 넘을 때마다
화르락 화르락 벚꽃이 진다.
저렇게 꽃비가 내리는 신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처럼 그네에 앉았다가 미끄럼틀에도 올랐다가
한나절을 그냥 꽃비 속에 머문다.
술 좋아하는 함성호 시인의 <벚꽃 핀 술잔>을 혼자서 읊조리면서....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함성호, <벚꽃 핀 술잔> 중에서)
그리고 또 그의 <낙화유수>도 조용히 읊어보면서....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함성호, <낙화유수> 중에서)
하필이면 나는 이 깊은 산중에 와서
그것도 아무도 없는 산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속절없이 지는 벚꽃만 보다가
꽃비가 널린 꽃그늘만 보다가
화르락 꽃잠에 취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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