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밖을 내다보는 아기고양이
철거냥이었던 가만이는 돌담집에 거처를 마련한 뒤
나무더미 속에 새끼를 낳았다.
사실 이 나무더미 속 둥지는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우선 공사장에 나뒹구는 나무더미를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이라
각목과 목재마다 길다란 못이 곳곳에 돌출되어 있다.
아직까지 아기고양이들이 이 못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도리어 신기할 정도이다.
"아저씨, 우리 밥 주는 사람 맞죠?" "오늘은 캔 안 주나?"
또한 이 둥지는 비가 오면 고스란히 물이 스며드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가만이는 돌담집 헛간채 양철지붕에 제2의 둥지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 양철지붕 속은 안전하지만 너무 뜨거운 곳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뜨겁게 달궈진 양철지붕의 온도가 엄청나서
계란을 깨 얹어놓으면 그대로 프라이가 될 지경이다.
"왜 이케 민망하게 남의 방안을 들여다 보시나...뭐 고양이 사는 게 다 그렇지..."
그래서 지붕에 있던 아기고양이들은
잠시라도 비가 그치면 서둘러 지붕을 내려와 장독대에서 노닌다.
장독대 항아리들이 훌륭한 은폐물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만이는 비가 오거나 위험이 닥칠 때에만
이 지붕 위의 둥지(제2캠프)를 사용하고
맑은 날에는 나무더미 둥지(제1캠프)를 사용한다.
"와 오늘은 캔밥이다!"
더구나 이 나무더미 둥지는 담장 바깥과 안쪽으로 모두 출구가 나 있어
출입이 자유롭고
무엇보다 사료 급식소에서 가깝다.
나무더미 둥지 옆의 넓은 상판이 사료를 놓는 식탁 노릇을 하는 것이다.
내가 이 둥지 옆 급식소로 사료배달을 갈 때면
둥지 속의 아기고양이들은 몇 번 마주친 사이라고
고개를 들어 둥지 밖을 살피곤 한다.
"아저씬 나쁜 사람 아니죠?"
둥지 밖을 내다보는 아기고양이의 고 순진무구한 눈!
이 녀석들 이제 사료를 부어주고 나면
내가 너무 근접해 있지 않는 이상
거리낌 없이 밖으로 나와 아그작아그작 밥을 먹는다.
밥을 다 먹고 나면 논두렁으로 걸어가
논에 고인 논물로 목을 축이거나
마른 논이랑 속으로 들어가 뒤를 보기도 한다.
"아니, 화장실 다녀오는 것까지 찍으면 어떡해요."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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