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 독살을 아십니까?
서천 땅에 이르러 바다를 본다. 해가 기울면서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황금빛 물결을 튕겨내는 바다. 그 바다 위에 돌담처럼 바닷가에 펼쳐진 독살이 검은 실루엣을 드러낸다. 독살이란 바닷가에 마치 성을 쌓듯 빙 둘러 돌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것으로, 비인면 장포리라는 곳에 두 개의 독살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독살로는 주로 ‘자하’라 불리는 잔새우나 잡고기를 잡는다.
독살로 자하를 잡는 원리는 이렇다. 밀물 때 바닷물이 차면 독살 윗부분까지 찰랑찰랑 물이 넘치지만, 썰물이 되면 한꺼번에 물이 빠져나가 독살 안에 있던 자하가 갇히게 된다. 이 때 물이 더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자하를 그물로 떠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독살에 자하도, 잡고기도 별로 들지 않는다. “그물로 다 잡아버링께, 읎어 인제는 자하가. 원판 잡는 사람이 많응게. 대구리가 옛날에는 하나가 댕기든 게 지끔은 열이 왔다갔다 헝게.” 장포리에서 만난 독살어부의 말이다.
장포리에서 볼 수 있는 독살은 전체 둘레가 무려 100여 미터에 이르는데, 독살어부가 이것을 쌓는데만도 5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 장포리에는 또 하나의 독살이 있지만, 지금은 그냥 방치하고 있는 상태여서 독살의 쓸모를 다하고 있지 않다. 독살이란 것이 태풍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어딘가 한 군데씩은 무너지게 마련이어서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쌓는데 50년이 걸렸어도 무너지는 데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게 독살(돌그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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