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와 새밥통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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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와 새밥통의 관계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

숲으로 난 길가 옆에 누군가 맘씨 좋게 박새의 새밥통을 설치해 놓았다.

길에서 기껏해야 10미터 남짓.

새밥통이 제구실을 하나 보려고, 내가 길가에 퍼질러 앉아

새밥통을 보고 있자니

잠시 후 어디선가 포르릉, 하고 박새 한 마리가 날아온다.




내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녀석은 새밥통에 앉아

부리를 쪼아가며 한참이나 배를 채운다.

그리고는 곧바로 포르릉, 하고 날아가버린다.

기다렸다는 듯 또 한 마리가 휘리릭 날아와 새밥통에 앉는다.

한 녀석이 날아와 먹이를 쪼아먹고 가면,

곧바로 또다른 녀석이 날아와 식사를 한다.




마치 녀석들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차례차례 새밥통을 다녀간다.

신기하게도 녀석들은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새밥통을 차지하지 않는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배를 채우고는 휘리릭,

다른 박새에게 자리를 비워준다.

새밥통은 퍼내도 퍼내도 줄지 않는 화수분인지

이 숲속의 박새를 다 먹여살리고 있는 것만 같다.




녀석들의 재롱에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길가에 퍼질러 앉아

2시간이 넘도록 박새 구경을 한다.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긴 녀석들일텐데 뭘 그리도 오래 들여다보냐고

누군가는 지청구를 놓을 테지만,

나에게는 박새 구경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다.

숲에는 눈이 내려 새들이 먹을 양식이 부족할텐데,

누군가 착한 마음이 이렇게 박새를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많고 많은 이름 중에 박새는 왜 박새가 되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이 새가 ‘박씨’를 잘 먹는다고 ‘박새’라 이름붙였다.

요즘에야 박을 키우지 않으니 박씨가 드물지만,

이름처럼 녀석은 나무나 과일의 씨앗과 풀씨를 좋아한다.

곤충이 많은 여름에는 벌레를 잡아먹고

벌레가 없는 겨울에는 씨앗과 열매를 먹고 산다.




그리고 이 녀석 아무리 봐도 멋지게 생겼다.

양 뺨과 배는 하얗고, 부리에서 목을 지나 가슴과 아랫배까지

꼭 검정 넥타이라도 맨 듯 검은색 띠무늬가 나 있다.

머리와 목은 약간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을 띤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새 다음으로 흔한 텃새에 속하며,

도시나 농촌의 마을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다만 동작이 빨라서 사진 찍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사람이 나뭇가지에 매달아놓는 새집이나 새둥지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먼저 차지하는 녀석들도 이 녀석들이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이 있는데,

박새는 겨울이 되면 머리가 커진다고 한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양식을 구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다보니

저절로 겨울이면 머리가 커진다는 것이다.

별걸 다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연구한 사실이라는데,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다.




사실 나에게는 이런 사실보다

박새의 귀여운 외모와 뻔질나게 새밥통을 드나드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사실이 더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언젠가 나도 시골로 이사 가면

저런 화수분같은 새밥통 하나 매달아 주리라.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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