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목의 명물 큰부리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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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목의 명물 큰부리까마귀

혹은 까마귀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



한라산 어리목 광장에서 만난 어리목의 명물, 큰부리까마귀.

 

한라산 어리목에 가면 어김없이 만나는 녀석들이 있다.

바로 어리목의 명물, 큰부리까마귀다.

이 큰부리까마귀를 그냥 까마귀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큰부리까마귀는 까마귀에 비해 몸집이 훨씬 크고,

부리 또한 크고 넓적한 편이다.



 

여기서 잠깐 OX 퀴즈---

1. 까마귀는 텃새다.

2. 까마귀는 머리가 나쁘다.

3. 까마귀는 흉조다.



 

위의 문제에서 모두 O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모두 틀렸다.

흔히 까마귀를 텃새로 잘못 알고 있는데,

까마귀는 러시아 동북부에서 한반도 전역으로 날아오는 겨울 철새다.

까마귀와 큰부리까마귀의 가장 큰 차이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까마귀가 철새인 반면, 큰부리까마귀는

한반도 중북부와 한라산 등지에서 터살이를 해오고 있는 텃새이다.



눈밭 위에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큰부리까마귀.

 

또한 기억력이 가물가물하거나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나”라고 말하는데,

이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까마귀는 결코 머리가 나쁘지 않다.



 

 

실제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구한 ‘조류의 지능’ 결과에서

까마귀는 머리가 가장 좋은 새 중 하나로 뽑혔다.

기억력 또한 좋아서 자주 보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각각의 사물을 구별해내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어리목 매점 앞에서 녀석들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라면을 즐겨 먹는다(위). 매점 앞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큰부리까마귀들(아래).

 

또 하나 잘못된 까마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까마귀가 흉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까마귀가 울면 사람이 죽는다든가,

까마귀를 보면 재수없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다.



 

까마귀는 곡식이나 열매, 물고기, 벌레, 동물의 사체, 음식 찌꺼기까지

못 먹는 게 없는 잡식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까마귀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동물의 사체를 먹음으로써 질병을 옮긴다고 여기고 있다.



 

어느 정도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까마귀가 농경지의 해충과 풀씨를 먹이로 삼아

오히려 농사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우리와는 달리 영국이나 일본에서 까마귀를 길조로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따지자면

까치가 까마귀보다 훨씬 심한 편이며,

어지간한 새들도 까마귀 정도의 피해는 다 입히고 있다. 

 


 

본래 잡식성이어서 그런지 어리목의 큰부리까마귀도

못 먹는 게 없다.

특히 이 녀석들은 어리목 매점 앞을 즐겨 찾는데,

이는 관광객들이 먹다 남긴 컵라면을 먹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이 컵라면을 먹고 음식 쓰레기통에 국물과 찌꺼기를 버리면

녀석들은 쏜살같이 날아와 라면 찌꺼기를 받아먹는다.



나뭇가지 위에 새카맣게 앉아 있는 큰부리까마귀.

 

종종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건빵도 받아먹고,

새우깡도 먹는다.

녀석들이 이렇게 식성을 가리지 않다 보니

사람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특히 어리목에서는 큰부리까마귀들이 사람들과 고작 5미터 안팎의 거리를

유지한 채 음식 쓰레기를 기다린다.



폭설로 뒤덮인 한라산 어리목 광장.

 

어리목에 올라온 사람들도 큰부리까마귀를 별로 경계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서슴없이 과자를 던져주고,

핸드폰을 내밀어 사진을 찍는다.

녀석들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기까지 하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정색 날개깃은 광택이 나고,

미끈하게 생긴 큰부리는 멋진 곡선을 이루고 있다.



어리목 광장은 아이들에게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즐기는 놀이터나 다름없다.

 

가끔씩 이 녀석들은 어리목의 눈밭에서 장난을 치는데,

부리로 눈을 쪼아먹는가 하면,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 눈목욕도 한다.

본래 까마귀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물을 만나면 부리와 날개를 씻고,

겨울에는 이렇게 눈으로 눈목욕을 즐기곤 한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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