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짚단 놀이터
지난 해 가을 벼를 베고 들판에 남겨둔 짚단은
시골고양이들에게는 더없이 포근한 휴게소 노릇을 한다.
대모네 세 마리 아기고양이와 꼬미는
논 한가운데 마련된 짚단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짚단은 푹신하고 따뜻해서
녀석들에게는 마음껏 놀고 잠자고 장난치는 안전한 놀이터이다.
말하자면 짚단 놀이터.
아기고양이들은 대모를 따라 먹이원정을 와서
일단 이곳에 여정을 풀고 쉰다.
급식도 끝나고 얼추 배가 부르면
녀석들은 이제 슬슬 장난기를 발동하기 시작하는데,
짚단 위에서 넘어지고 넘어뜨리고
재주넘고 고꾸라지고 점프하고 나동그라지고...
온갖 장난이 난무한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따로 묶어놓은 볏가리 속을
이리저리 헤치고 다니며 숨바꼭질을 한다.
한참을 짚단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마저 시큰둥해지면
녀석들은 이제 짚단에서 돌담집 장독대까지
우다다를 한다.
자연스럽게 놀이터는 돌담집 장독대로 옮겨진다.
녀석들은 툭하면 장독대에 올라가 헛간 지붕 속을 파고들거나
추녀 아래 앉아 그루밍을 한다.
장독대 항아리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다니고
장독대 앞의 은행나무를 캣타워처럼 오르내리기도 한다.
꼬미는 대모가 낳은 새끼가 아니라 손주이지만,
대모의 세 마리 아기들과 어울려
한 식구처럼 먹고 놀고 장난친다.
꼬미가 녀석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보면
모르는 사람들은 분명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로 볼 것이다.
아무쪼록 이 추운 겨울, 장난을 치든 우다다를 하든
모두모두 무사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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