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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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

 

 

내 곁에 왔던 고양이,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났다.

시골로 이사를 와서 처음 만났던 고양이, 정들었던 고양이들이

이제는 거의 내 곁에 없다.

덩달이도 그렇게 떠났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그동안의 많은 고양이가

쥐약이나 사람의 해코지로 인해 고양이별로 떠난 반면,

덩달이는 이사를 가게 된 경우다.

덩달이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약 20여 일쯤 전이다.

녀석은 동네의 다른 고양이와 영역싸움을 벌였는지,

목과 얼굴에 상처를 입고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런 몸으로 녀석은 내게 발라당까지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걱정이 돼 녀석을 찾았을 때,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철장에 갇혔나, 살펴보았지만, 철장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집이 좀 이상했다.

마당에 차도 없고, 대문에는 밧줄까지 쳐놓은 것이 이사를 간 듯했다.

이사를 가면서 주인은 덩달이를 데려간 듯했다.

 

 

혹시라도 녀석을 버리고 갔을까봐

주변을 돌며 덩달이를 불러보았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 이웃마을에 사료배달을 갈 때마다

덩달이가 살던 곳에 가서 덩달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녀석은 그렇게 이곳을 떠난 것이다.

속으로 나는 차라리 잘 됐어, 라고 중얼거렸다.

덩달이가 살던 이웃마을은

상습적으로 쥐약을 놓는 식당 아주머니 때문에

그동안 까뮈를 비롯해 봉달이, 여울이와 새끼들 등

무려 10여 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곳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덩달이는 툭하면 철장에 갇혀 지내야 했다.

더구나 지금은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또 다른 쥐약 피해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덩달이는 떠났지만,

나는 덩달이가 떠난 곳에서 도무지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단짝인 봉달이와 함께 눈장난을 하고, 눈밭 경주를 벌이던 벌판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당에서 강아지들과 장난을 치던 모습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나는 순례하듯 녀석과 거닐던 소나무 언덕과

논두렁길과 개울의 다릿목에서 서성거렸다.

그래 잘 된 거야, 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서운하고 섭섭했다.

인사도 없이 가다니.

간다고 말이라도 했었으면, 그렇게 좋아했던 캔이라도 선물했을 텐데.

발길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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