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 게르주막에서 만난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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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게르 주막에서 만난 한국 초코파이


알타이가 가까워질수록 초원은 더욱 황량해진다.
황량한 벌판, 황량한 길, 황량한 시간들.

항가이 산맥을 넘어온 바람은 황량한 것들을 펄럭이며
알타이 쪽으로 넘어간다.
몇 시간을 달려도 게르 한 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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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가는 길, 오지 중의 오지 게르 주막에서 만난 한국산 디스 담배와 롯데 초코파이.

그리고 네댓 시간만에 나타난 게르 한 채.
몽골에서만 볼 수 있는 게르 주막을 만난다.
식당이면서 휴게소이고, 주점이면서 구멍가게인 게르 주막은
인적이 드문 초원의 한가운데서
기약없이 지나가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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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가이 산맥을 넘어가다 만난 양치기 부부의 휴식(위). 구릉의 초원지대에 펼쳐진 알타이 가는 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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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런 주막에 손님이 올까, 여기겠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2명의 손님이 밥을 먹고 앉아 느긋하게 TV를 보고 있었다.
주변에 전봇대도 발전소도 없는데, TV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알고 보니 이곳의 게르 주막에서는 바깥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으로
에너지를 얻어 배터리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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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가는 길에 만난, 항가이 산맥이 끝나는 구릉지대에 위치한 외로운 게르 주막.

그러므로 이곳의 TV는 태양열 TV인 셈이었는데,
몽골 유목민의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풍력자가발전으로 TV를 본다.
손님이 도착하자 게르 주인은 바싹 말린 소똥 연료를 난로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밀가루 반죽을 밀어 난로불에 살짝 익힌 뒤
칼국수 썰듯 국수 가락을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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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의 내부 풍경(위). 게르 주막에서 팔고 있는 한국산 디스 담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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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방(볶음국수)을 만들기 위해서다.
초이방의 주재료는 밀가루 국수와 양고기다.
양고기는 잘게 썰어 양파나 감자와 함께 익힌 다음,
국수 가락을 집어넣고 볶아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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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의 안주인이 난로에다 초이방(양고기 볶음칼국수)을 만들고 있다.

처음 한두 번은 먹을만 했지만, 가는 곳마다 느끼한 초이방을 먹다보니
나중에는 시원한 김치 생각이 간절했다.
초이방 한 그릇에 2400투그릭(2400원 정도).
꽤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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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 앞에 모아놓은 소똥 연료(위). 소똥을 피워 활활 타오르는 난롯불(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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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국에서 건너온 초코파이와 담배를 팔고 있다는 것이었다.
롯데 초코파이와 디스 담배.
몽골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 게르 주막에서 한글 상표를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울란바토르를 비롯한 커다란 도시에서 한국산 초코파이와 담배를 만나는 일은
꽤 흔한 일이지만,
이런 지구의 오지에까지 초코파이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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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에 사는 아이.

더러 다른 게르 주막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와 타임 담배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몽골에서 파는 한국산 담배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만든 ‘짝퉁’ 담배라는 말도 있다.
이런 담배는 실제로 피워보면 맛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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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 거울에 비친 풍경.

이곳의 게르 주인장은 특별한 이력을 지닌 분이다.
그는 왼쪽 가슴에 무슨 훈장을 걸고 있었는데,
과거 1990년 민주화운동 때 민주화에 앞장선 공로로 받은 ‘민주화 훈장’이다.
주인장은 자랑스럽게 그것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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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주막 앞으로 흘러가는 실개천. 이 물은 말도 먹고, 사람도 먹는다.

어려운 시절의 행복한 기억!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쉬다가 게르 주막을 떠난다.
알타이까지는 아직도 반나절을 더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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