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도 영하 18도, 타리아트
춥다.
고지대에 위치한 타리아트의 새벽은
5월인데도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순전히 너무 추워서 새벽 6시에 침낭을 빠져나왔다.
밤새 등짝이 얼었는지,
걸을 때마다 빠지직하며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난다.
봄인데도 타리아트 앞을 흘러가는 강물은 절반쯤 두꺼운 얼음에 덮여 있다.
밖에는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마을과 초원과 산자락이 온통 새하얀 서리에 덮여 있다.
5월인데도 마을 앞을 비껴흐르는 강물은
숨구멍처럼 뚫린 물길만 남기고 두꺼운 얼음에 덮여 있다.
학교 가는 중학생. 머리를 땋아 리본 같은 것을 매단 이런 모습은 이곳 학생들의 보편적인 패션이다(위). 서리 내린 초원을 걸어와 학교로 가는 아이(아래).
5월인데도 타리아트에서는 밤과 새벽이면 영하 18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한겨울에는 무려 영하 46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덜덜 이가 떨린다.
타리아트 앞강의 두꺼운 얼음. 이 얼음은 6월이 되어서야 다 풀린다(위). 밤새 서리가 내려 눈온 것처럼 보이는 타리아트 풍경(아래).
아침 7시를 넘기면서 타리아트 중학교에는 삼삼오오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별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에 웬 학생들이 저리도 많은지.
등교 행렬이 끝이 없다.
몽골에서는 따로 초등학교가 없고, 중학교에 초등 과정이 포함돼 있다.
타리아트 게르촌의 아침(위). 타리아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의 풍경(아래).
그러나 마을에 고등학교가 없어 타리아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려면
체첼렉까지 나가야 한다.
타리아트는 우리로 치면 소읍 정도의 마을이다.
항가이 산맥 북쪽에 위치한데다 고지대이고,
주변에 차강노르 호수의 찬기운이 몰아쳐 어느 곳보다 추운 곳이 타리아트다.
초원에 양떼를 풀어놓고 돌아오는 유목민.
저녁에 타리아트에 도착해 몇 군데의 숙소를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하필이면
마을에서 유일한 PC방을 운영하는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래도 이 오지 중의 오지에도 PC방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타리아트의 PC방. 이 오지 중의 오지에도 PC방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컴퓨터를 들여다볼 이유가 없어 나는
저녁에도 아침에도 타리아트의 게르촌과 강변을 몇 바퀴나 돌았다.
이곳의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해서
알지도 못하는 나그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무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건넨다.
바위너설길을 건너 타리아트로 가는 길.
아침 햇살이 퍼지면서 밤새 내렸던 서리가 녹기 시작하고,
마을과 초원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추웠던 여행도 이제서야 노곤해진다.
초원에 서리 맞고 나뒹구는 칭기스 보드카 빈병 하나.
* 맛있는 알타이의 푸른바람:: http://gurum.tistory.com/
2008/12/11 - [몽골_몽골] - 몽골의 숨겨진 거대협곡, 촐로틴
2008/11/24 - [몽골_몽골] - 나만의 쉼표 여행, 몽골
2008/11/13 - [몽골_몽골] - 800년전 세계의 수도, 하라호름
2008/09/18 - [몽골_몽골] - 낯선 행성에 떨어지다
2008/06/20 - [몽골_몽골] - 말달리자-몽골의 말탄 풍경
2008/05/15 - [몽골_몽골] - 알타이산맥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있다
2008/04/04 - [몽골_몽골] - 몽골 전통의상 패션쇼와 패션모델
2008/04/04 - [몽골_몽골] - 몽골 가위 그림의 달인
'몽골_몽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뜨기 하는 몽골소년, 티벳소녀 (9) | 2008.12.28 |
---|---|
온순한 몽골견과 사나운 늑대개 (9) | 2008.12.26 |
까치는 비스킷을 좋아해 (5) | 2008.12.22 |
몽골의 숨겨진 도시, 이크올 (6) | 2008.12.21 |
몽골의 실감나는 사화산 (9) | 2008.12.17 |
몽골의 숨겨진 거대협곡, 촐로틴 (13) | 2008.12.11 |
항가이 산맥 북쪽도시, 체첼렉 (6) | 2008.12.08 |
초원과 구름의 날들 (4) | 2008.12.06 |
알타이 게르주막에서 만난 초코파이 (13) | 2008.12.03 |
여기 몽골 맞아? (11) | 2008.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