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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31 고양이도 금낭화를 좋아해 31
고양이도 금낭화를 좋아해
고양이도 금낭화를 좋아한다.
처음에 하트 모양으로 피어서 연분홍 꽃차례를
탐스럽게 펼치는 금낭화.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꽃.
그 꽃을 고양이도 좋아한다.
금낭화 꽃그늘에 앉아 있는 봉달이.
물론 모든 고양이가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최소한 이웃마을 봉달이는 이 꽃을 어지간히 좋아한다.
두어 번 이 녀석이 금낭화 아래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우연이겠지,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엊그제도 녀석은 금낭화 아래서 낮잠까지 잤다.
멀리서 나를 보고 걸어오던 고양이, 금낭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멀리서 나를 알아본 녀석은 느적느적 나에게 걸어오더니
금낭화 앞에 멈춰섰다.
그러고는 꽃 냄새라도 맡는지
한참을 금낭화 꽃포기 속으로 고개를 들이민 채 가만히 있었다.
심지어 녀석은 금낭화를 둘러보며 꼬리까지 바르르 떨었다.
"금낭화처럼 이쁜 고양이 어디 없나?"
뭐 이쯤 되면 거기에 다른 고양이가 영역 표시를 위해 스프레잉을 한 거 아니냐
누군가 일부러 그곳에 사료를 감춰둔 거 아니냐
의심도 할 테지만,
보이는 그대로 나는 녀석이 금낭화를 즐기는 천상 낭만고양이라고 생각한다.
금낭화에 넋을 놓은 녀석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금낭화 꽃그늘 아래 아예 한자리 차지하고 철푸덕 주저앉았다.
"이상하게 금낭화 아래만 앉으면 잠이 오네...꾸벅꾸벅!"
가는 봄날의 햇살은 뜨겁기만 한데,
봉달이는 이제 금낭화 꽃그늘 아래서 꾸벅꾸벅 존다.
무논의 비린내는 실려오고
아카시아 꽃향기는 날려서 기분까지 황홀한데,
금낭화 꽃그늘 아래서 봉달이는 까무룩 잠이 든다.
"음냐음냐 금냥화...꾸벅꾸벅...까무룩!"
고양이와 금낭화.
금낭화와 고양이.
고양이가 잠든 저 꽃은 이제 금낭화가 아니라 금냥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야옹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금냥화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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