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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16 눈밭에서 눈장난치는 길고양이 (49)
눈밭에서 눈장난치는 길고양이
아침에 창문을 열자 푸짐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미 내린 눈도 제법 쌓여서 5cm는 족히 되어 보인다.
쌓인 눈 위로 다시 눈은 하염없이 내린다.
이렇게 춥고 눈이 내리는 날이면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둥지에 쳐박혀 눈이 그칠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
그러나 모든 길고양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더러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눈밭을 헤치고 다니며 먹이를 구하는 녀석도 있고,
가끔은 묘생 처음으로 눈이라는 것을 보고
그저 신기해 눈구경에 빠진 녀석도 있다.
심지어 눈구경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아예 눈밭으로 나와 내리는 눈을 감상하고, 장난까지 치는 녀석도 있다.
설마 고양이가 눈밭에서 눈장난을 칠까, 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고양이가 물과 눈을 싫어한다는 것이므로.
그러나 모든 상식이 진실은 아니다.
나는 오늘 어느 골목에서 눈구경에 빠진 낭만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동네에서 처음 보는 노랑이였다.
녀석은 차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 내리는 눈을 감상했다.
그러더니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었는지
갑자기 차밖으로 뛰쳐나와 내린 눈의 냄새를 킁킁 맡고
앞발로 만져보고 헤쳐보고
그것도 모자라 혀를 대고 맛을 보았다.
잠시 후 녀석은 눈의 출처가 궁금했는지 눈이 내리는 하늘을 한참이나 올려다보더니
내리는 눈을 잡아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분주하게 눈장난을 쳤다.
눈이 내려 자신의 노란털에 떨어지는 약간 서늘한 느낌조차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녀석은 신이 나서 거의 ‘눈밭의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급기야 눈이 내리는 골목을 누비며 눈 오는 풍경을 즐겼다.
가끔 눈이 오지게 내릴라치면 잠시 차밑이나 양철조각 밑에 피신했다가
다시 눈밭 위를 질주했다.
1년 넘게 길고양이를 관찰하면서 이렇게 눈을 즐기는 녀석은 처음 봤다.
저러다가는 먹은 것도 없는 배가 다 꺼질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허기를 느꼈는지 쓰레기통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쓰레기통을 뒤지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녀석은 눈밭 위에서 한판 잘 놀았다.
배가 꺼진 녀석을 위해 차밑에 가지고 간 사료를 뿌려주었더니
녀석은 그것을 하나씩 아껴가며 먹었다.
어느덧 눈발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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