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꽃다지밭에서 놀다
얼마 전 산수유가 피었을 때
산수유꽃을 구경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산수유나무까지 올라갔던
‘꽃냥이’ 희봉이가 오늘은 꽃다지밭에서 놉니다.
꽃다지밭에서 꽃 피어난 봄을 마구 짓밟고(?) 다닙니다.
주택가 한 켠에 섬처럼 남은 노란 꽃다지밭!
희봉이에게는 이번 봄이 묘생에 있어 최초의 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에게는
봄이 가져다주는 모든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습니다.
땅에서 돋아나는 작은 새싹과
나무에서 움트는 부리같은 새잎도 그렇고
가지마다 피어나는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과
메마른 땅에서 한꺼번에 화르락 피어나는 꽃다지며 제비꽃도 그렇습니다.
호기심 충만한 고양이들에게
봄은 모험과 낭만의 계절입니다.
더구나 묘생 처음 봄을 맞이하는 녀석들에게는
봄의 모든 생명과 빛깔과 소리가 모험과 도전의 대상입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에게만 그것은 지극히 낭만적인 풍경일 따름입니다.
희봉이는 과연 꽃이 예쁘다거나 소중하다고 여길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녀석이 마구 꽃다지밭을 짓밟고 다니는 걸 보면
녀석은 그냥 눈앞에 펼쳐진 뭔가 새로운 풍경에 이끌려
그것을 경험해 보려는 것에 다름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철없이 봄을 누리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꽃다지밭에서 공연히 사색하는 고양이가 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사색하지 않아도 고양이는 이미 충분히 생존을 고뇌해 왔습니다.
희봉이 또한 지난 5개월을 무사히 견디고
이렇게 당당하게 꽃다지밭에 서 있는 겁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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