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냥이 세수하다.
고양이 세수하듯 한다는 말이 있다.
흉내만 내어 시늉만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고양이를 허투루 보고 지어낸 말이다.
고양이가 얼마나 열심히 세수하는지
고양이를 관찰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세수하는 추냥이와 세수 끝낸 추냥이.
동물 가운데 고양이만큼 정성을 들여
세수하는 녀석도 드물 것이다.
세수를 끝내고도 눈에 눈꼽이 그대로인 것만 빼면
고양이는 세수하는 동물계의 지존이라 할만하다.
세수하는 희봉이.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는
물 대신 침으로 세수를 한다.
우선 침 묻은 혀로 앞발을 닦고
깨끗해진 앞발에 다시 침을 묻혀
목덜미와 머리, 얼굴을 번갈아 닦아낸다.
희봉이의 세수는 거의 목욕에 가깝다.
앞발과 얼굴 세수가 끝나면
아크로바틱 자세로 뒷다리를 들어올려
깨끗하게 닦아낸다.
심지어 고양이는 꼬리끝까지 핥고,
혀가 닿는 모든 부위를 닦아낸다.
세수하면 뭘해, 희봉이 눈 밑에 눈꼽이 그대로다.
그리고 이 녀석들 얼마나 깔끔을 떠는지
시간 날 때마다 세수를 한다.
아무렇게나 사는 듯한 길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일어나면 세수, 밥 먹고 세수, 한바탕 놀고 나서도 세수한다.
우리 집 문앞에 앉아 세수하는 희봉이와 깜냥이(위). 깜냥이 세수하다(아래).
심지어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잠깐만요, 하면서 또 세수한다.
꼭 세수하러 태어난 녀석들 같다.
세수 끝낸 깜냥이도 눈꼽이 그대로다.
그렇게 열심히 세수하는데도 고양이는 티가 안난다.
눈꼽은 그대로이고, 코에 묻은 국물 자국도 그대로이다.
그래도 고양이는 또 세수한다.
사실 길고양이의 반지르르 윤기가 도는 털과
수려한 용모는 다 이토록 열심히 관리한 미용법 덕분이다.
구석구석 발가락까지 닦아내는 깔끔이 모냥이.
내가 하루에도 한두번 씩 만나는
길고양이 희봉이와 깜냥이도 틈만 나면 세수한다.
너무 열심히 세수한 나머지
뒷다리 청소하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것도 여러 번 봤다.
세수 끝낸 모냥이와 창가에서 세수 끝낸 얼굴을 들여다보는 모냥이.
그래도 이 녀석들 그렇게 열심히 세수한 탓인지
사진 찍으면 꽤나 이뿌게 나온다.
언제부터 달려 있었는지 모를 눈꼽만 빼고.
세수하는 동냥이와 세수 끝낸 동냥이.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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