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과 몽골에서의 그리운 달구경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유없이 센티멘털해진다.
달이야말로 신화적 영역에서 오는 심란한 밤손님이고,
욕망과 공포가 교차하는 원형의 텍스트이다.
어린시절 달을 통해 나는 소우주적인 동화의 세계와 만나곤 했다.
오랜 세월 그것은 신비의 꺼풀이 하나씩 벗겨져버렸지만,
아직도 그것은 끝끝내 ‘달의 뒤편’을 감춘 채
내 황량한 기억의 저편에 있다.
이따금 나는 그것을 올려다보며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을 걸어놓곤 한다.
티베트 팍쇼에서 만난 아침달. 파란 하늘에 하얀 달. 200미리 망원렌즈를 통해 나는 그것을 구경하였다.
티베트를 여행할 때였다.
팍쇼에서 이른 아침 산책이나 하자고 나서는데,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하얗고 선명한 아침달이 떴다.
한국에서 보았던 달보다 훨씬 큰 달을 망원렌즈로 들여다보니,
아쉬운대로 울퉁불퉁한 달표면까지 다 보인다.
하늘이 가까운만큼 티베트에서는 달도 크게 보인다.
갑자기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오래오래 그 달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유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몽골의 고비에서 만난 황혼 무렵의 달. 고비사막에서 보는 달 속의 사막!
몽골에서는 선연한 저녁달을 만났다.
고비에서 만난 황혼 무렵의 달은 사막 위에 낮게 떠서
더 낮은 나를 비추고 있었다.
사막과 적막, 황량과 황홀!
나는 게르 앞 모래 벌판에 누워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만난 저녁 무렵의 달.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홉스골에서도 잊을 수 없는 달을 보았다.
그것은 호수 저편 산자락 위에 떠서
마치 나를 다른 행성에 데려다놓은 듯, 다른 풍경 속으로 나를 옮겨놓았다.
저녁달을 보며 한참이나 나는 호숫가를 떠돌았고,
언제쯤 숙소로 돌아왔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나는 게르문을 활짝 열어놓고
외계에서 전해져오는 낯선 달빛을 한참이나 구경하였다.
길 잃은 야크가 한 마리 달빛 속을 걸어다녔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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