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의 달인
길고양이 얌이는 나를 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하품이다.
그건 마치 녀석만의 독특한 인사와도 같다.
녀석의 하품은 거의 습관에 가깝다.
녀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품한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하품밖에는 없다는 듯.
언제 어디서나 녀석은 하품을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녀석은 하품을 할 수 있고,
하품을 함으로써 녀석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건 마치 하품밖엔 안나오는 요즘의 일상에 대한
어떤 과장된 표현이거나
어쩌면 단순히도 나에게 먹이를 획득하기 위한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녀석의 하품에 무슨 ‘세상을 향한 조롱’과 같은
거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여튼 얌이의 하품은 언제나 너무 과도해서
나는 녀석이 저러다 입 찢어지는 게 아닌가,
살짝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혹여 녀석은 나에게 제 속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골목에 나타나면
건물의 눈썹지붕에 올라가 있거나
차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얌이와 멍이는
마치 단거리 선수처럼 달려나온다.
그러고는 둘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듯
냥냥거리며 경쟁하듯 하품을 해대기 시작한다.
여기서 언제나 이기는 쪽은 얌이다.
얌이의 하품은 너무나 과도하고 독특해서
하품냥계의 고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난 5개월간 하품을 위해 살아온 하품의 달인!!!!
녀석은 오늘도 그렇게 하품한다.
하품밖엔 나오지 않는 세상을 향해
그저 입이 찢어져라 하악, 하품하고 있는 것이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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