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나뭇잎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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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나뭇잎 양산


 


길고양이도 더위를 탄다.
그것도 아주 많이.
너무 더울 때면 길고양이는 햇빛을 피해 그늘로 숨어든다.
집과 담 사이의 그늘.
나무 아래의 시원한 그늘.
주차한 차 밑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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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뭇잎 양산 어때요? 근사하죠?

바람이 잘 통하는 높은 곳에 올라 몸을 식히기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뙤약볕을 만나야 할 때가 있다.
이동을 위해 하는 수없이 햇빛 쏟아지는 길을 가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여리는 텃밭으로 변한 폐축사에 머물다
임시 급식장소인 돌담집 논두렁으로 올 때면
꼭 한번씩 중간에 있는 두릅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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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기미가 자꾸 생기는 거 같아. 피부미냥이 되려면 이 정도 관리는 해 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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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내려앉은 두릅나무 잎들은
녀석에게 햇빛을 막아주는 양산이나 다름없다.
“요즘 피부가 많이 상했어
기미도 생기는 것 같고...
선크림도 없으니 나뭇잎 양산이라도 써야지!“
하면서 녀석은 잠시 나뭇잎 양산으로 얼굴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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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 양산도 꽤 멋지죠?

그늘이 아닌 바에야 나뭇잎 양산이라도 써야 한다는 것을
녀석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호박잎 양산도 즐겨 쓴다.
호박잎은 잎이 넓어서 햇빛을 가려주기에는 더없이 좋다.
햇볕이 뜨거우면 더워서 걱정,
비가 오면 꼼짝없이 갇혀서 걱정,
길고양이의 여름은 그렇게 걱정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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