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연탄 사용법
가만이네 아기고양이 연탄더미에 올라가 있다.
아직 때지도 않은 까만 연탄이다.
한창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가만이네 식구와 여울이는 벼가 웃자란 논바닥으로 기어들어가
더위를 피하곤 했다.
물기 머금은 논바닥이 시원하게 체온을 식혀주기 때문이었다.
"노곤노곤 아, 연탄침대! 돌침대 안부러워요."
하지만 한바탕 소나기가 오거나
집중호우가 내리고 나면 고양이들은 논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빗물이 고인 논에 물이 다 빠질 때까지는
다른 피서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녀석들이 대안으로 찾아낸 곳이 바로 연탄더미다.
"나는 왜 연탄침대에만 올라오면 막 졸리냐?"
추녀 밑 그늘에 쌓인 연탄은
한낮의 열기에 달궈진 시멘트 바닥보다 훨씬 시원한 편이다.
특히 아기고양이들에게 연탄더미는
훌륭한 침대이고 캣타워다.
녀석들은 이 연탄침대 위에서 노곤하게 낮잠을 자곤 한다.
"이 습하고 더운 여름은 언제쯤 끝날까요? 그 때까지 잘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러다 사람이라도 가까이 접근하면
재빨리 연탄더미 뒤로 숨는다.
연탄더미가 임시 은신처 노릇도 하는 것이다.
반면에 가만이와 여울이는 연탄더미 위보다는
뒤란으로 이어진 골목의 그늘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층층이 쌓아올리기는 했어도
다 큰 고양이가 올라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엄마! 우린 연탄처럼 생겨서 안 올라가는 거야?"
공연히 뛰어올랐다가 쌓아올린 연탄이 와르르 무너지거나
바닥에 연탄이 떨어져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기고양이들에게는 문제 없다.
가슴의 하얀 솜털이 시커멓게 되든말든
발바닥이 곰발바닥이 되든말든
녀석들은 오늘도 연탄더미 위에서 이 습하고 더운 여름을
열렬하게 견디고 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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