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아시스: 목 마른 고양이는 오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울이와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는
천막을 둘러친 판잣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최근에 견딜 수 없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여울이는 과거 출산을 했던 주황대문집 인근에 또 다른 거처를 마련했다.
여울이네 아기고양이들이 밥을 먹고 나서 단체로 밭고랑에 고인 '고양이 오아시스'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천막 씌운 판잣집이 너무 찜통이어서
좀더 시원한 곳으로 옮긴 듯하다.
하지만 한낮이면 꽤 오랜 시간을 인근의 콩밭에서 보내곤 한다.
콩밭 그늘이 시원하고 사람들 눈에도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 찜통더위에 밭고랑에 고인 빗물은 고양이들에게 달콤한 생명수와도 같다.
녀석들은 개울집에서 급식을 받거나
내게 캔밥을 얻어먹고 나면
우르르 밭고랑으로 몰려간다.
거기 무엇이 있기에?
물을 마시기 위해서다.
"아저씨도 더운데 물 한 모금 하실래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소나기도 잦아서
한번 세차게 소나기가 내리고 나면 밭고랑 물골에는 빗물이 고이게 된다.
아예 폭우가 내리면 이곳의 빗물은 흘러서 개울로 빠져버리지만,
적당히 비가 오면 밭고랑 곳곳 움푹한 곳마다 빗물이 고이는 것이다.
"목 마른 고양이는 오세요! 여기는 고양이 오아시스."
여울이와 여울이네 아기고양이들에게는 이 밭고랑 빗물이 식수나 다름없다.
심지어 이웃 영역의 당돌이와 순둥이도
이곳의 ‘고양이 오아시스’를 이용할 때가 많다.
그렇다. 나는 이 밭고랑에 고인 빗물을 고양이 오아시스라 불렀다.
"그래도 생각보다 깨끗하죠?"
샘처럼 솟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요즘에는 언제나 그곳에 가면 고인 물이 있었다.
몇 며칠 뙤약볕이 내리쬐어 고양이 오아시스가 말라붙어도 걱정 없다.
또 다시 소나기가 한 차례 내리고 나면
오아시스는 또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밥도 먹고, 물도 마시고... 오아시스 앞에서 쉬고 있는 여울이.
있다가 사라지고, 없다가 다시 생겨나는 오아시스.
더위에 지친 고양이들의 목을 축여주는 생명수.
특히 물 찾기가 쉽지 않은 아기고양이들에게는
이 노천이 그야말로 생명수인 것이다.
목마른 고양이는 오라.
여기 고양이 오아시스가 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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