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고양이 판박이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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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고양이 삼총사 판박이 자세

 

 

이웃마을에 고양이 삼총사가 있다.

무럭이, 무던이, 무심이.

인정 많은 의리파 삼총사다.

 

싱크로율 99%, 고양이 삼총사의 판박이 자세. 무럭이가 꼬리만 앞으로 감았다면...

 

이 녀석들의 활동영역은 개울집에서부터 폐차장 인근까지

상당히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세 마리 다 장난도 심하고 갑작스런 돌방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은 고양이별로 떠난 여울이의 핏줄인

녀석들은 어미의 성격을 물려받았는지

언제나 온순하면서도 활동적이며 사교적인 평화주의묘들이다.

무엇보다 녀석들의 우애는 돈독하기 그지없어서 언제나 붙어다니고

장난을 칠 때면 개울집에서부터 폐차장까지 종횡무진 활약한다.

 

눈밭을 걸어나오는 무럭이.

 

이 녀석들의 착한 마음은

다른 영역의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입했을 때 드러나는데,

녀석들은 언제나 승냥이네 아기고양이와

가만이네 카오스 고양이가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오면

먼저 다가가 냄새를 맡고

볼을 부비거니 코를 맞대고 인사를 하는 것으로 상대묘를 안심시킨다.

 

무럭이가 정화조 위 슬레이트로 올라서자 무던이가 그 뒤를 따라온다.

 

먹이에 대해서도 무척 관대한 편이다.

내가 녀석들에게 건네는 사료를

승냥이네 아기고양이와 가만이네 카오스가 와서 먹는다고 해서

쫓아내는 적을 못보았다.

도리어 사이좋게 함께 앉아서 사료를 나눠먹곤 했다.

이따금씩 같은 영역에 사는 노을이가

카오스나 승냥이네 아이들을 쫓아낸 적은 있어도

이 녀석들은 한번도 그런 경우를 못봤다.

 

정화조에 올라앉은 무럭이와 눈밭을 바라보는 무던이.

 

녀석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순둥이 이모나 당돌이 삼촌을 경계하곤 했지만,

지금은 사이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얼마 전 잔설이 아직 녹지 않았을 때

나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목격했다.

주황대문집 시멘트 헛간 건물에 세 마리의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던 그림이었다.

 

무럭이와 무던이가 앉은 곳으로 걸어오는 무심이.

 

맨 처음 무럭이가 먼저 눈밭을 걸어와

뒷간 정화조 위로 올라가 앉자

뒤이어 무던이가 무럭이의 앞으로 가 앉았다.

마지막으로 무심이가 걸어오더니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정화조 위에 받쳐놓은 슬레이트는 정확하게 세 마리의 고양이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세 마리가 정화조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녀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곳에 나란히 올라앉아 나란히 해바라기를 했다.

내가 이 녀석들을 보고 무릎을 탁 쳤던 장면은 이것이다.

텃밭가의 불두화 나뭇가지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자

똑같은 포즈와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생각으로

그 새를 쳐다보는 장면이었다.

 

해바라기하거나 그루밍하거나 졸거나.

 

고개의 각도나 시선의 위치까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세 마리가 똑같이 앉아 있는 거였다.

일심동체 싱크로율 99%의 판박이 자세를 보여준 고양이 삼총사.

그러나 곧 새 한 마리가 날아가자

녀석들은 갑자기 서로 다른 자세와 행동으로 바뀌었다.

한 마리는 새가 날아간 허공을 보았고,

다른 한 마리는 그루밍을 시작했으며,

또다른 한 마리는 눈을 감고 수면에 빠져들었다.

 

헛간채 앞에 고양이 세 마리가 앉아 있는 평화로운 풍경.

 

시멘트 벽의 미황색은 겨울 햇볕에 아름다웠고,

건물에 걸린 사다리는 고양이와 꾸밈없이 조화로웠다.

그래 그렇게 오래오래 너희는 삼총사의 길을 가야 한다.

지금처럼만 행동하고 지금처럼만 긍정적으로 산다면

지금보다 나은 날이 너희에게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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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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