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는 우리 전통차가 아니다
사실 한중일 3국의 다도문화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령 중국은 향을 중시하고, 일본은 색을 중시하며,
우리는 맛을 중시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중국의 차는 향을 강하게 하는 발효차가 발달했고,
일본은 우리 차보다 푸른 ‘녹차’라는 것을 만들었으며,
우리는 차잎을 그냥 덖어서 차 본래의 맛을 즐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곡우 무렵에 차를 딴다.
한잎 한잎 딴 차는
장작불을 땐 가마솥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날 정도로 덖다가
찻잎이 꼬슬꼬슬해지면 찻잎을 건져내
왕골자리나 멍석에 펴놓고 찻잎이 돌돌 말리도록 비빈다.
이때 너무 세게 비비면 으깨져서 차를 달였을 때 가루가 많이 나오며,
너무 약하게 비비면 차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다.
다 비비고 난 찻잎을 서로 엉겨붙지 않도록 털어준 다음
30~40도의 건조실에서 대여섯 시간 정도 말렸다가
도로 가마솥에 넣어 맛내기를 한다.
이 맛내기 작업은 은은한 불에 찻잎을 골고루 덖어주는 것으로,
차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맛내기 작업까지 끝나면 차 만들기는 끝난 셈인데,
마지막으로 두 시간 정도 충분히 식혀 불 냄새를 없앤 뒤에야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녹차’라고 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전통 차가 아니다.
엄격히 말해 그것은 일본의 차나무인 야부기타 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의 차가 약간 다갈색을 띠는 반면,
녹차는 연두색을 띤다.
우리의 전통 차는 잎을 덖어낸 순수한 덖음차이며,
일본의 녹차는 증기로 쪄낸 증제차가 대부분이고,
더러 우리처럼 솥에서 덖어낸 덖음차도 없는 건 아니다.
녹차로 불리는 일본의 야부기타 차나무는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 각지에 대규모로 옮겨졌는데,
하동(화개)과 보성(대원사 주변, 징광사터 주변, 자원사 절터 주변 등) 등
야생차밭을 제외한
상당수의 대규모 기업형 차밭은
당시 일제가 옮겨심은 녹차밭이거나
광복 이후 인공적으로 조성된 녹차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보성 녹차밭의 역사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41년 일본인 소유의 경성화학주식회사로 하여금
보성읍 봉산리에 ‘베니호마레’라는 인도산 차나무 품종을 가져다
30ha에 이르는 차밭을 조성하였다.
이후 이 차밭은 12년 동안 버려져 있다가
1957년 대한홍차주식회사가 차밭을 매입해 개간하였고,
1969년 보성다업조합이 생겨나 일본의 ‘야부기타’ 품종을 들여와
대규모 차밭을 조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른 지역의 대규모 차밭도 대부분 일본에서 가져온 녹차 품종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차밭에서 생산한 ‘녹차’를
우리의 전통차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전통차는 그냥 ‘차’라고 해야지
‘녹차’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형 녹차밭이나 녹차 생산 업체에서는
일본식 녹차를 우리의 전통차인양 선전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 또한 그것이 사실인양 알고 있는 게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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