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수액 고드름 천연 아이스바
집앞 마당에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한 보름 전 봄맞이 가지치기를 하느라 여기저기 가지를 잘라냈더니
잘라낸 가지마다 수액이 흘러내렸다.
양도 제법 많아서 수도꼭지가 약간 열렸을 때처럼
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것이
밤새 받아놓기라도 한다면 큰 가지 하나에서 머그컵 한 잔 정도는 나올 듯싶다.
100% 단풍 수액 고드름. 설탕도 첨가물도 색소도 들어 있지 않은 천연 아이스바. 그 맛은 달고 향긋하고 시원하다. 캐나다에서는 이 단풍나무 수액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든다.
어린시절에 단풍나무 수액을 먹었던 기억이 나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수액을 혓바닥으로 받아먹어보니
달고 시원한 맛이 짜르르 목젖을 타고 흘러내렸다.
햐 기가 막힌 맛이다.
언젠가 지리산으로 고로쇠 수액 취재하러 갔다가 얻어마신
그것보다 훨씬 맛있다.
하긴 고로쇠 나무도 단풍나무과의 활엽수가 아닌가.
요즘에는 며칠 날씨가 쌀쌀해 아침에 나가봤더니
단풍나무 잘린 가지마다 고드름이 길게 달렸다.
100% 단풍 수액 고드름이다.
단풍 수액 고드름 맛이 궁금해 살짝 혀 끝에 고드름을 녹여먹는데,
이건 정말 혼자 먹기 아까운 기막힌 맛이다.
특히 고드름의 끝부분은 달달한 것이 그대로 천연 아이스바였다.
설탕도 첨가물도 색소도 들어 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이스바!
단풍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있는 직박구리(위)와 쇠박새(아래). 새들도 단풍 수액의 기막힌 맛을 잘 안다.
빈속에 나는 이 천연 아이스바를 서너 개나 따서 녹여먹었다.
단풍 수액이나 수액 고드름의 맛은 고로쇠 수액보다 훨씬 달고 맛있다.
이런 천연 당분으로 인해 캐나다에서는 이 단풍나무 수액으로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음료로 판매하고 있다.
이것을 새들도 아는지
가지를 잘라낸 뒤부터 단풍나무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새들이 날아오곤 한다.
직박구리도 박새도 쇠박새도 참새도 동고비도
이곳에 와서 단풍 수액을 마시고 간다.
쇠박새 녀석들은 아예 대여섯 마리씩 짝을 지어 날아와
한참이나 단풍 수액을 마시다 간다.
새들도 기가 막히게 그 맛을 안다.
* 슬로 라이프::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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