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를 아십니까
팥배는 말 그대로 ‘팥처럼 씨알이 잘게 생긴 배’라고 보면 맞다.
실제로는 팥보다 훨씬 크고, 빛깔도 팥보다 훨씬 붉다.
맛은 덜 익었을 때는 시금털털하고
잘 익었을 때는 새콤달콤하다.
신맛이 강한 사과 맛에 배처럼 육즙이 많다고 보면 된다.
한입거리도 안되는 요것을 살짝 깨물면
그 신맛이 혀를 자극해 침샘에서 저절로 침이 흘러나온다.
11월 중순 깊은 두메마을에서 찍어두었던 팥배. 서리 맞기 전의 열매는 정말 꽃처럼 아름답다.
팥배는 가장 늦게 익는 토종 산열매 중 하나로
보통 10~11월쯤 익기 시작해
서리 맞아도 떨어지지 않고 눈을 맞아도 오그라진 자세로
가지에 붙어 겨울을 난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팥배. 몇 차례 서리를 맞고, 눈을 맞아 자태 곱던 열매도 조금 오그라들었다.
팥배의 쓰임은 워낙에 잘고 시어서 그냥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로 강원도의 산마을에서는 이것으로 술을 담가 먹는데,
팥배주는 예부터 정력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팥배주의 진짜 효능은 위장질환과 당뇨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횡성의 한 두메마을에서는 팥배주를 아예 특산주로 생산하고 있다.
서리 맞고 난 뒤의 팥배 열매는 새들도 좋아하는 먹을거리다.
팥배는 서리를 한번 맞고 나면
신맛이 덜해지고 단맛이 생겨나는데,
이 때문에 먹을 것 없는 겨울에 이것은 새들의 맛있는 식량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팥배나무의 팥배 열매가 보기에도 좋아서
정원수로도 인기가 높다.
아파트나 공원 등에서 꽃사과와 함께 심기도 하는데,
더러 사람들은 팥배나무를 꽃사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도심에서 정원수로도 심는 팥배나무는 최근 산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나무가 되었다.
팥배는 꽃사과 열매보다 훨씬 작을뿐더러
완전히 진홍색으로 물들어 쉽게 구별된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에도 요즘 팥배가 한창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팥배인 줄도 모를뿐더러
저것으로 술을 담그면 새콤달콤 맛난 팥배주가 된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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