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고 싶은 바다거북
사람들은 나를 붉은바다거북이라 부르죠.
내 고향은 산호 모래가 곱고, 야자수가 우거진 열대바다예요.
어느날 알을 낳기 위해 백사장으로 올라왔다가
사람들의 손에 잡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여긴 너무나 좁고 답답해요.
여기서는 그렇게 좋아하는 헤엄도 마음대로 칠 수가 없어요.
사방이 시멘트이고, 물은 그저 찝찔할 뿐이죠.
아침부터 나는 구경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생태관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죠.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요.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산호 모래밭,
달빛에 축축 늘어진 야자수 그늘이죠.
어린시절 파도타기를 하다가 산호빛 모래를 거슬러올라
야자수 그늘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 물 맑은 바다, 시원한 바람...
하지만 여긴 바람 한 점 없고,
10m도 안되는 시멘트 수족관은 몹시도 나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전시관 문이 닫혀도
어두컴컴한 시간이 기다릴 뿐이죠.
그저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가 하루하루 죽어갈 뿐이에요.
여러분은 수족관 구경이 즐거우셨나요?
당신의 즐거움만큼 나의 절망과 슬픔도 깊어갑니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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