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가장 아름다웠던 초가
전남 영광군 묘량면 삼효리 효동마을.
지난 1998년까지만 해도 효동마을에는 대여섯 채의 멋진 초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채도 남아 있지가 않다.
당시 남아 있던 김인순 할머니가 살던 초가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박하면서도 멋지고,
가장 꾸미지 않고도 아름다웠던 초가였다.
한마디로 초가집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초가였다.
<옛집기행> 책 작업을 위해 10여 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내가 만난 초가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영광 효동마을 초가. 이제는 사라져버린 추억 속의 초가가 되었다.
앞으로는 다랑논의 굴곡이 멋드러지게 휘어져 나가고,
뒤로는 위압적이지 않은 산자락이 부드럽게 흐르는 가운데,
세칸짜리 본채와 단출한 헛간채가 굽은자 모양으로 앉아 있고,
나무로 허술하게 얽어맨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 마당 한 구석에는 지붕을 이으려고 이엉묶음을 해놓은 짚주저리가
가든하게 물러앉은 그런 집.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사립문을 나서는 효동마을 초가집 주인.
집 뒤란에서 한발만 올라서면 논이고,
집 마당에서 또 한발만 내려서면 논인 그런 집.
따로 울타리도 두지 않고
마당가에는 꽃을 심고,
고작해야 과일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은 그런 집.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여섯 채의 초가가 남아 있던 영광 효동마을의 동구 풍경.
지붕에는 얼기설기 그물처럼 집줄을 매어놓아
마치 안채와 헛간채의 지붕이 단정하게 상고머리를 깎은 듯한 그런 집.
당시 이 집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도 않았고,
건축가들조차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런 집이었고,
결국 오늘날 다시는 볼 수 없는 집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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