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강아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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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강아지의 하루

 

 

여수에서 2시간 10분 배를 타고 가 내린 섬에서

다시 섬과 섬을 오가는 나룻배를 갈아타고 들어간

외딴 섬.

 

 

그야말로 한적하고 외로운 섬.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일찌감치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식당을 겸하는 민박집에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듣는데,

민박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가

식탁 아래서 단잠을 깨더니

줄레줄레 밖으로 나간다.

털이 긴 강아지는 7개월쯤 되었고,

진돗개로 보이는 강아지는 이제 한달이 약간 넘었단다.

 

 

두 강아지는 심심해서 선착장 주변을 배회하다가

공연히 지나가는 사람들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다가

바닷가로 내려가 물장난을 치다가

주인이 부르자 식당으로 달려와 시큰둥하게 앉아 있다가

다시 뛰쳐나가 이번에는 한 마리가

어디선가 종이컵을 물어왔다.

 

 

종이컵을 입에 물고 바다가 보이는 마을길을 걸어가는

강아지 한 마리.

털이 긴 녀석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재미있는 놀잇감이라도 찾았다는듯

부리나케 달려가 다른 강아지 입에 물린 종이컵을 물고 늘어진다.

둘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참이나

종이컵 싸움을 했다.

 

 

 

결국 털 긴 강아지가 종이컵을 빼앗았고,

종이컵을 빼앗긴 강아지는 공연히 대나무 줄기와 잎을 물어뜯으며

화풀이를 한다.

그러다가 녀석은 식당을 지나 골목으로 올라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종이컵을 빼앗은 녀석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참이나 그것을 물어뜯고 있다.

 

 

이튿날에도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두 녀석은 그날도 바닷가에서 놀았다.

 

 

섬마을 강아지라서 이곳의 강아지는

종이컵을 물어뜯다가 잠깐 바다를 본다.

응아를 하고 돌아서다가도 잠깐 바다를 본다.

가랑비에 젖은 앞발을 털다가 잠깐 바다를 본다.

밥을 먹고 입맛을 다시다가 한번 더 바다를 본다.

강아지의 눈 속에도 바다가 그렁그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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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오랜만에 여행에세이 책이 나왔습니다. 1996-2012 지난 16년간 세계를 떠돌며 가슴에 새겼던 이야기와 사랑들. 여행중에 만난 고양이 이야기도 여러 편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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