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달구지는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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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달구지는 사라지는가


우리 동네 윗동네 조그만 오두막집에 질쇠양반이 사는데요 그 양반 지금은 소달구지 끌고 나무해서 가득 싣고, 풀 베어 가득 싣고 풀짐 위에 거꾸로 앉아 끄덕끄덕 이놈의 소야 갈라면 가고 말라면 말아라 이 산 저 산 구경하며 세월은 소 가는 대로 두고 맨날 보는 그 산 그 산이요 그 물 그 물이지만 그 산 그 물 보며 집에 와요/(중략)/사람들은 그 양반에 그 소에 그 달구지라고 놀리지만 그 양반 일흔이 넘었어도 허리는 저문 봄날 산등성같이 굽었어도 소고삐 거머쥔 손 짱짱허고 이라 자라 이놈의 소야 이리 바짝 서 이놈의 소야 쩌렁쩌렁 봄산이 다 울려요 깜짝깜짝 겨울잠 자는 산이 깨어나요 쓰잘데기없는 소리들 마라 이놈들아 봄이 와요

-- 시인 김용택의 「조그만 오두막집」 중에서


이랴이랴, 덜컹덜컹, 워워. 먼지 풀풀 날리는 황토마룻길에 소달구지가 느릿느릿 집으로 가는지, 밭으로 가는지, 세월아 네월아 봄볕 속을 건너고 있다. 앞에 가는 소는 콧김을 씩씩, 뒤에 탄 농사꾼은 고개를 끄덕끄덕. 워낭소리는 달그랑달그랑. 한번쯤 시골길에서 이런 풍경을 만난 적이 있겠지만, 어느 새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사꾼을 만나는 일도 이제는 흔치 않은 풍경이 되었다. 과거 경운기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짐과 곡물을 운반하고 때로는 교통수단으로 두 가지 몫을 톡톡히 해내던 것이 바로 소달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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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달구지는 과거에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두바퀴 달구지와 네바퀴 달구지가 그것으로, 길이 험했던 산악지대 등에서는 두바퀴를, 길이 좋은 평야지대 등에서는 네바퀴가 많이 쓰였다. 또 이 네바퀴 달구지는 마차도 되었다가 우차도 되었는데, 앞바퀴보다는 뒷바퀴가 더 컸다. 물론 요즘에야 타이어로 바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거에는 모두 텟쇠를 두른 나무바퀴였다. 그러나 소달구지가 하던 노릇을 경운기가 대신하면서 소의 쓰임도, 달구지의 소용도 필요 없게 된 것이다.  하여 우리의 농촌도 경운기만큼이나 빠르게 변모하기 시작했으며, 기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니 더 빨리 가 보자고 이제는 경운기도 답답하여 트랙터로 갈아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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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속도라는 것도 상대적인 것이다. 최소한 경운기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소달구지라는 것이 느리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소달구지 타고 밭에 갈 시간이면, 비행기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가는 시대이다. 물론 우리 땅에는 아직도 이 느리다못해 느려터진 소달구지를 타고 집과 밭을 오가는 농사꾼을 가뭄에 콩 나듯 만날 수가 있다. 이 주인공들은 대부분 백발이 성성하여 애당초 기계를 만져볼 엄두도 내지 못한 이들이 많다. 그러니 이들이 떠나고 나면 분명 소달구지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거나 구시대의 유물처럼 덜컹덜컹 박물관으로 향하게 될 터이다.

*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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