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와 경이, 하늘에서 본 아시아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
나는 티베트, 중국, 몽골, 태국, 라오스, 베트남, 일본 등을 여행하였고,
비행기 차창을 통해 동양의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을 만났다.
가령 티베트에서는 비단천을 휘감은 듯 모래벌판을 흘러가는 얄룽창포에 경탄했고,
구릉을 따라 이어진 유채밭과 칭커밭에 감탄했다.
만년설산이 만년 동안 이고 온 빙하와 유빙이 흘러내린 빙식곡의 풍경은
감탄을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티베트 동부 산악지대. 끝없이 펼쳐진 신들의 언덕과 그 사이를 가장 낮은 자세로 흘러온 황토빛 강줄기. 향을 피운 것처럼 피어나는 구름들.
티베트 최고의 성지, 라싸 외곽을 흘러가는 얄룽창포. 대협곡을 흘러온 강물은 라싸를 지나면서 수십 갈래의 비단 줄기로 갈라져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다.
안개와 구릉 사이로 드러난 티베트의 유채밭과 칭커밭. 세계의 지붕인 티베트에서도 구릉마다 계곡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먹고 살기 위한 눈물겨운 노동이 숨어 있었다.
티베트 동부 만년설산의 빙하와 빙하계곡. 설봉의 꼭대기에서 흘러내린 유빙이 용꼬리 무늬의 신비로운 빙식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비와 경이 그 자체.
티베트의 하늘에서 이런 빙하계곡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날이
1년에 며칠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운좋게 나는 티베트에서 그것을 만났고, 흥분했다.
옛 티베트 땅이었던 중국의 샹그릴라에서는
산꼭대기의 초원과 수시로 몸을 바꾸는 신기한 습지도 만났다.
옛 티베트 땅이었던 중국 샹그릴라의 평화로운 산중마을 풍경. 길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고, 물은 집과 마을을 비껴 흘러간다.
샹그릴라 한복판에 거대하게 펼쳐진 습지 지대. 습지의 물줄기와 초원과 간간이 드러난 땅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고 있다. 그저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
몽골 초원에서 만난 소떼. 끝도 없이 펼쳐진 몽골의 초원에서는 어디를 가나 소떼가 있고, 양떼가 있으며, 지평선이 있고, 구름이 낮게 떠서 초원을 굴러다닌다.
몽골 홉스골 인근 초원에서 만난 화산의 흔적. 마치 제주도의 오름을 보는 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잘 생긴 오름을 두고 좌우로 실낱같은 초원의 길들이 흘러간다.
몽골에서는 거대한 초원지대의 소떼가 무리이동하는 모습을 보았고,
안개를 뚫고 드러난 제주도의 오름같은 화산의 흔적도 만났다.
태국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푸른 논과 들판이 장관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장쾌하게 펼쳐진 도심 외곽의 들판이 태풍의 피해로 물에 잠긴
안타까운 풍경도 만났다.
라오스에서는 티베트에서부터 흘러온 메콩강의 거대한 물줄기가
루앙프라방을 휘감고 흐르는 모습도 보았다.
태국 방콕의 외곽지대에 드넓게 펼쳐진 논자락 풍경. 수없이 많은 네모난 논배미가 어울려 거대한 자연의 무늬를 이루고 있다. 자연을 일군 인간의 행위예술.
태풍과 홍수로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들판이 온통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하나하나의 논이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하늘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내려가보면 지옥의 현실이다.
다행히 물에 잠기지 않은 하노이의 푸른 들판. 한쪽에서는 농부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한쪽에서는 조용조용 벼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먼지 낀 눈을 씻어내는 초록의 풍경.
하늘에서 본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은 30개가 넘는 사원과 옛 식민지 시절 프랑스풍 건물이 즐비하게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하늘에서 본 메콩강. 구름 아래로 메콩강 줄기가 뱀처럼 흘러가고 있다. 이 메콩강은 처음 티베트에서 발원해 여기까지 흘러왔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으로 통하는 이 강은 흘러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린다.
하나같이 신비롭고 신기한 풍경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우리나라의 서해안 들판은 하얀 눈이 내려 은세계를 이루고 있었고,
그 은빛 세상에 굽이굽이 생명의 강이 바다로 이어졌다.
남해의 다도해는 그지없이 푸르고 아름다웠으며,
구름바다 너머로 솟구친 한라산은 그 어떤 나라의 비경보다 경탄스러웠다.
김제평야를 가로질러 온 만경강 하구 풍경. 실핏줄같은 강의 샛강들도 동진강에 합류해 서해로 빠져나간다. 하얗게 은세계를 이룬 들판과 검푸른 강줄기의 조화.
비행기 차창을 통해 보이는 남해안 청산도 섬 풍경. 겨울 풍경이라 갈색 찻빛을 띠고 있지만, 청산도는 주변의 푸른 바다 빛깔과 어우러져 신비롭기만 하다.
바다와 구름바다 너머로 보이는 제주도의 한라산. 말이 필요 없는 풍경.
하늘에서는 땅위의 작고 사소한 것들이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하늘에서 본 풍경은 언제나 미화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든지 미화되고 과장되어도 좋다.
땅위의 현실이 지옥같아도 하늘에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천국으로만 보인다.
지옥같은 현실 속에서 나는 지금 이렇게 천국같은 풍경을 한번 더 꺼내보고 있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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