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숨겨진 보석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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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숨겨진 보석을 찍다



계곡의 얼음이 빛을 만나 이루어내는 다양한 무늬와 표정.


겨울 계곡에서 나는 본다.

외로운 결빙과 얼어터진 계곡의 입술을.

물줄기를 흘려보내던 계곡이 꽝꽝 얼어붙은 아침에

얼음계곡에서 나는 얼어붙은 얼음의 미학을 본다.



얼음의 굴곡과 모양에 따라 그것은 빛나는 회화가 되기도, 설치예술이 되기도 한다.


얼음은 그 자체로 빛나는 보석이다.

물과 시간과 온도가 빛어낸 자연의 보석.

그것은 어둠 속에 조용히 엎드려 있다가

마른 나무들 사이로 빛이 새어드는 아침에

희고 투명한 속살을 드러낸다.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린 상태로 얼음 계곡을 찍으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본다.

수정처럼 빛나는 얼음의 속살과

빛의 방향과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얼음의 풍경을.

미처 다 얼어붙지 못한 물줄기는 폭포처럼

얼어터진 얼음 사이에서 요란하게 부딪친다.



얼음인가, 보석인가. 빛을 받은 얼음은 보석처럼 빛난다.


떨어지고 튕겨진 물방울은 다시

얼음에 달라붙어 석순처럼 자란다.

이렇게 얼음은 자라는 것이었다.

얼음도 자란다는 것을 나는 얼음계곡에서 본다.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줄기와 얼음은 이렇게도 어울린다. 


동글동글 맺힌 얼음의 결정체.

그 보석방울은 빛을 받아 투명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면서

또다른 결정체를 만나 새로운 무늬와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낸다.



어둠을 배경으로 한 얼음은 흑과 백, 선과 면의 어울림을 보여준다.


계곡은 어둡고 얼음은 투명하게 빛난다.

얼음계곡의 흑과 백은 그렇게 서로 어울리다가

그렇게 서로 비긴다.

이 흑백사진과도 같은 단순한 배경 속에 존재하는

무질서한 질서의 조화로움.



물줄기에서 튕겨져나온 물방울은 얼음의 보석방울로 거듭난다.


그러므로 나는 얼음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찍는 것이다.

어둠 속에 빛나는 얼음의 표정과 무늬를 찍는 것이다.

얼음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무수한 얼음의 미학을 적막하게 나는

바라본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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