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아픈 곳을 매만지는 두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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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아픈 곳을 매만지는 두권의 책

- 박기범 이라크통신 <어린이와 평화>(창비), 박노해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느린걸음) 

지구의 아픈 곳을 매만지는 두권의 책이 있다. 한권은 희망이 없는 이라크의 아이들을 다룬 박기범의 <어린이와 평화>이고, 또 한권은 쓰나미의 대재앙이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의 반다아체를 다룬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라는 책이다.



박기범. 그는 동화작가이자 ‘이라크 평화를 바라는 바끼통(박기범 이라크 통신)’ 회원이다. 그는 지난 2003년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야만스런 전쟁의 사지 이라크와 요르단을 오가며 반전평화활동을 펼쳤다. 이 책은 당시 이라크 전쟁을 온몸으로 겪으며 증언한 실랄하고 감동적인 반전평화운동 보고서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그와 함께 공을 차며 놀던 아이들은 전쟁 후 참혹한 상처를 입고 거리로 내몰렸고, 크면 미군을 물리치겠다던 순진한 아이들은 어느 새 미군 탱크 앞을 서성이며 달러를 구걸해야 하는 현실. 당장 밥 한 끼 먹기가 힘든 아이들 앞에서 그는 ‘평화’를 외치는 것조차 사치스런 감정임을 깨닫는다. 전쟁이 아이들의 몸을 망가뜨렸고, 마음을 다치게 했으며, 희망을 앗아간 것이다.


“공포, 그것도 어느 편의 인간이 또다른 편의 죄없는 인간들에게 무차별로 가하는 공포. 이 사람들은 어제 그것을 겪고 살아남아 다시 또 오늘 그것 앞에 마주해 있다.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아무리 평화활동가로 와 있다 해도 순간순간 갈등하며 고민에 빠진다. 끝까지 남을 것인가 아니면 되돌아갈 것인가, 되돌아가면 언제가 그때인가를. 하지만 이들은 피할 수 없다.”


그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아이들을 보듬고,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하고, 널리 알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는 죽음을 각오한 그가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여 기찻길옆작은학교 아이들이 그에게 준 ‘평화지킴이상’은 세상에서 가장 큰 상이자 가장 값진 상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상장에 이렇게 썼다. “박기범 삼촌은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까지 하였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이라크 사람들과 함께 전쟁이라는 폭력 앞에서 평화를 지키고 우리에게 평화라는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셨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기찻길옆작은학교 아이들 드림.” 상장에 쓴 아이들의 문구조차 감동적이다.


 


전쟁이 이라크를 폐허로 만들고 희망을 앗아갔다면, 쓰나미는 반다아체에 재앙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아체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머리쪽 지역을 말한다. 그래도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지난 2004년 말 쓰나미의 대재앙이 휩쓸고 간 바로 그곳,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책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폐허의 지평선’ 반다아체에 대한 충격적이고 고통스런 기록이다. 한때 독립국가였던 아체가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한 30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되고 실종되었지만, 아체인들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한순간에 덮친 쓰나미가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꺾어버렸다.

작가는 말한다. “슬픔은 우기처럼 쏟아지고 고통은 건기처럼 내리쬐는 아체인의 절망 앞에서, 나는 함께 울어 주는 일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밖에 읽어줄 사람이 없는 작은 수첩과 낡은 카메라에 그들의 감추어진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투쟁이었다”고. 우리가 노동시인으로 기억하는 박노해는 최근 세계의 빈곤지역과 분쟁지역을 돌며 홀로 평화활동과 난민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아체인들의 고통과 충격은 지구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성찰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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