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유목하는 천개의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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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유목하는 천개의 생활사
--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책세상)



내 독서법은 고약한 데가 있다. 한꺼번에 너댓 권의 책을 반찬 집어먹듯 요리조리 맛보다간 때때로 머릿속에서 이 책과 저 책의 내용이 얽히고 설키는가 하면, 이 책의 인물을 저 책의 인물로 오해하는 건 예사요, 이건 기억해야 해, 라고 중얼거리며 외어두었던 멋진 문장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때면, 도대체 이게 어떤 집안에서 온 녀석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는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과 <천개의 고원>, <숲의 생활사>를 함께 맛보는 중이었다. 해서 급기야는 내 독서가 ‘은하수를 유목하는 천개의 생활사’가 되고 말았다. 어차피 황당무계한 이 소설은 내 눈을 자극하게 한 멋진 헌사와 함께 시작된다. “홍차와 공감, 그리고 어떤 소파를 위해”


내용은 시시하기 그지없는 작은 청록색 행성에 사는 원숭이 후손의 어느 목요일로부터 시작한다. 그(덴트)는 도로 건설로 인해 철거 위기에 처한 자신의 집을 구하고자 집으로 들이닥친 불도저 앞에 드러눕는다. 20분 후면 그의 집이 아니라 은하계 변두리 개발 계획에 따른 초공간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지구가 순식간에 파괴되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그가 알 리가 없었다. 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이동 조사원인 포드 프리펙트(그는 15년 동안 지구를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다)는 유일하게 지구에서 그것도 불도저 앞에 누워있는 덴트만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드디어 시간이 되자 포드는 덴트를 데리고 은하제국 정부의 대통령이 탄 ‘순수한 마음’호에 몰래 히치하이커한다. 이 때부터 둘의 못말리는 흥미진진한 우주여행이 시작된다. 첫 번째 책의 마지막은 이렇다. “좋았어, 잘 잡아.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잠깐 뭘 좀 먹자고.”


본래 이 책은 1978년 영국의 BBC라디오 채널에서 SF 연속극으로 방송되기 시작해 엄청난 청취율을 기록하자 여섯 개의 시리즈가 계속해서(이후 7,8,9,10....) 방송을 타게 된 것이 시초가 되었다. 이후 영국에서 책이 나왔고, 책은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그냥 눌러 앉았다. 나중에 나온 2권에서 5권까지도 대체로 1권과 비슷했다. 책은 5권으로 되어 있다. 1권은 안내서에 대한 안내, 2권은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3권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4권은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5권은 대체로 무해함이다. 사실 난 아직도 5권이나 되는 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중이고, 지금까지는  대체로 무해했으며, 무엇보다 들고 다니기에 간편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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