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고양이 왜 시커먼스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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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고양이가 저렇게 되었나.

지난 달 몇 며칠 폭설이 내릴 무렵이었다.
축사냥이 녀석들에게 사료 배달을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축사냥이 녀석들이 단체로 숯검뎅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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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케 됐냐구요? 비밀이예요."

그 모습을 보자니 먼저 웃음부터 터져나왔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모든 축사냥이가 시커멓게 변해서
하마터면 알아보지도 못할 뻔했다.
처음에는 며칠 저러다가 곧 예전의 모습을 되찾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이후부터 엊그제까지 무려
한달이 지나도 ‘시커먼스’ 용모는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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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요즘 길묘계의 트랜드잖아요... 아님 말구..!"

아니 도리어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이제는 삼색이인 나리와 연한 노랑이였던 여리마저
깜장이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이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왜 저렇게 되었을까.
추론을 하자면,
먼저 녀석들이 혹시 주변의 연탄창고에서 자고 오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는 축사에 있는 개밥 끓이는 아궁이에 들어가 녀석들이 밤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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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그을음을 묻혀서 깜장이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둘 다 가능성이 있지만,
내 생각에는 두 번째 추론이 맞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축사에는 개밥을 끓이는 아궁이가 하나 있는데,
가끔 여리와 나리가 부뚜막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불을 때면 부뚜막이 따뜻해진다는 것을 녀석들은 임상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궁이가 따뜻하다는 것 또한 충분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까 녀석들은 마치 숯가마에서 숯을 꺼낸 뒤 찜질방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온기가 오래 남아 있는 아궁이에 들어가 추위를 달래왔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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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바로 연탄 배달한다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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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의 몸에 묻은 검댕이 또한 연탄가루보다는 나무를 태운 재이거나
아궁이에 들러붙은 그을음에 더 가까워보인다.
내 추측이 맞다면
이 녀석들은 정기적으로 아궁이 원적외선 찜질을 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아궁이에는 기껏해야 네댓 마리 들어가면 꽉 차는 정도여서
축사냥이 온 식구를 한번에 수용하기는 어렵다.
녀석들이 아궁이를 차지하기 위해 복불복이라도 했는지,
제비뽑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먼저 차지한 녀석이 임자였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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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양반도 꾀죄죄한 게 아궁이라도 들어갔다 나왔나벼..."

어쨌든 이것이 사실이라면 혹한과 한파를 이겨내는 녀석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비록 외모가 꾀죄죄해지기는 했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길고양이에게는 추울 때 춥지 않는 게 급선무이고,
배고플 때 배고프지 않는 게 급선무이다.
길고양이의 겨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게 급선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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