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하실야옹?

커피 한잔 하실야옹?

 

가을도 가기 전에 벌써 겨울 날씨다.
이렇게 추운 날 사료배달을 하다 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언제부턴가 전원주택에 들를 때마다
전원주택 할머니는 내게 복분자 주스며 커피를 내오곤 한다.

#1. 뭐지? 이 냄새의 정체는?

#2. 그러게 뭘까? 맛있어 보이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가져오는 사료가 고맙다며
보름 전에는 된장에 삭힌 깻잎이며 고춧잎을 내주고
또 일주일 전에는 마지막으로 딴 호박잎을 한 보따리 내주었다.
엊그제도 따뜻한 커피 한잔에 호떡까지 내오셨다.
호떡은 절반 이상 먹고 나머지는 조금씩 떼어 고양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3. 햐! 거참 입맛 당기네.

#4. 한번 먹어볼까나?

커피를 거의 다 마셨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는 잠시 나무 타는 고양이에게 한눈을 팔았다.
그때였다.
정원콘솔에 올려둔 커피 냄새를 맡고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중 한 마리는 콘솔에 앞발을 올리고
한참이나 커피 냄새를 맡았다.

#5. 음냐아~

#6. 거 맛 괜찮네. 달콤쌉싸름한 게시리...

#7. 별다방 커피가 그냥 커피라면 이건 인정이 푹 우러난 사골커피야!

그리고는 그예 못참겠다는 듯 커피잔 속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약간 남은 커피 맛을 보았다.
“음, 맛있는 걸!”
녀석은 혀를 훔치며 입맛을 다셨다.
커피가 먹을만 했던지 녀석은 한번 더 커피잔 속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잔에 묻은 커피를 핥았다.

#8. 왠 사골커피? 시골커피겠지... 뭔 맛이길래, 쟤가 그러냐?

#9. 스읍~

그러자 뒤에서 구경만 하던 고양이들도
커피잔을 향해 달려들었다.
또다른 한 마리도 잔 밖으로 흘러내린 커피를 혀로 핥아보며
입맛을 다셨다.
무려 네 마리의 고양이가 돌아가며
커피 타임을 가졌다.

#10. 고것 참 맛나네.

#11. 그래 어디 나도 한번...

이 녀석들 이제 커피맛도 알았겠다, 다음에 가면
나에게 먼저 “커피 한잔 하실야옹?”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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