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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04 제주 중산간을 점령한 떼까마귀 29
교래리 인근 1112번 도로에서 만난 풍경. 엄청난 떼까마귀 떼가 무려 네 칸의 전봇대와 전깃줄을 장악했다.
요즘 제주 한라산 중산간이 떼까마귀로 시끄럽다.
특히 5.16도로를 따라가는 아라동-성판악 휴게소 구간과
1112번 도로 교래리와 대천동 사거리 인근에서는
저녁이면 전봇대에 새카맣게 내려앉은 떼까마귀를 볼 수 있다.
이 녀석들은 수십 마리 정도가 아니라
약 500~1000여 마리 정도가 떼를 지어 자리를 옮겨다닌다.
'떼까마귀 주의보'라도 내려야 하는 걸까.
저녁 무렵 교래리 인근 전깃줄에 떼까마귀 떼가 마치 무수한 음표처럼 앉아 있다.
지난 3월 2일 일요일 오후 내가 교래리와 아라동 인근에서 만난
떼까마귀 수는 두 곳을 합쳐 대략 1천여 마리가 넘는 엄청난 장관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것이 엄청나게 무서운 풍경일 수도 있다.
까마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실제로도 이 떼까마귀 떼는 어리목의 큰부리까마귀나 텃새인 까마귀에 비해
한라산의 목장이나 농가에 약간의 피해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깃줄에서 자리를 옮겨다니는 떼까마귀. 떼까마귀는 저녁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떼까마귀는 까마귀와 마찬가지로 잡식성인데,
요즘 녀석들은 목장지대에 새로 돋아난 초본류 새싹과
중산간의 보리나 채소류 새싹을 주로 뜯어먹는다.
이따금 목장에서 말에게 주는 사료를 훔쳐먹거나
흙을 뒤져 유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알려진대로 떼까마귀는 까마귀나 큰부리까마귀와는 달리
겨울 철새로써 중국이나 몽골이 고향이다.
목장 인근 소나무 위에도 새까맣게 떼까마귀가 앉아 있다.
“떼까마귀는 겨울철이면 제주도로 날아와
군집을 이루어 생활합니다.
짝짓기를 위해 모여들기도 하고, 해질 무렵이 되면
안전한 휴식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군집을 이루는 습성이 있습니다.“
어리목의 한라산 연구소 오장근 박사의 설명이다.
떼까마귀 나무? 주렁주렁 무슨 열매처럼 나무에 앉아있는 떼까마귀(아라동 인근).
그러니까 이맘때 저녁 떼까마귀가 떼를 지어 전깃줄에 앉아 있는 풍경은
녀석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군집을 이루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녀석들을 구경하기 위해 이면도로에 차를 세운 것처럼
중산간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에게 녀석들은
대단한 구경인 동시에 위험요소가 되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만 해도
나 말고도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떼까마귀를 구경하는 차량을 여럿 보았다.
아라동 인근 전깃줄도 떼까마귀가 새까맣게 점령했다.
중산간 마을의 주민들은 떼까마귀의 배설물 피해와 농작물 피해를,
목장에서는 녀석들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기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분류 새싹과 뿌리를 캐먹는 떼까마귀의 습성으로
어느 정도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그 이외의 걱정은 '지나친 걱정'이라고 말한다.
해질 무렵 전깃줄에 앉아 있는 떼까마귀 떼.
떼가마귀가 주는 이로움도 있다.
녀석들은 초본류의 뿌리나 새싹을 잘라먹기도 하지만,
땅을 파헤쳐 농작물에 해로운 해충도 잡아먹는다.
이 녀석들의 실질적인 도움은 울산시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울산시는 태화강으로 날아오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를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녁 무렵의 1112번 도로.
누군가는 떼까마귀가 흉조라며 돌을 던지기도 한다.
실제로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돌을 던지는 사람을 내가 보았다.
떼까마귀가 길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녀석들은 지구를 망가뜨리고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사람만큼 이 세계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하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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