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냥이
벽냥이는 시멘트 담벼락 아래 산다.
우리 동네 연립주택 공터의 허름한 시멘트 담벼락!
이 시멘트 담벼락에는 개구멍보다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작은 구멍 속이 녀석의 거주 공간이며 은신처다.
내가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때마침 벽냥이는
겨우 고양이 한 마리 들락거릴 정도의 담벼락 구멍에 머리를 내놓고
지나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녀석을 '벽냥이'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좀더 가까이 다가가자 녀석은
재빨리 담벼락 구멍 속으로 들어가 은신처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어두운 담장 그늘 아래서 빤히 내 동태를 살폈다.
내가 담벼락에서 멀리 벗어나자
그제서야 벽냥이는 구멍으로 기어나와
담장 위로 풀쩍 뛰어올랐다.
따뜻한 봄햇살을 즐기며 낮잠이라도 잘 요량이었다.
이튿날 같은 골목에서 나는
비좁은 골목 틈새의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벽냥이를 만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한참을 그냥 머뭇거리고 있다가
곧 어두운 골목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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