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칫솔통 보셨나요?
대나무로 만든 자연주의 칫솔통.
마음은 지옥인데, 몸은 자꾸만 극락으로 가자고 한다.
내 입이 선암사, 하고 말할 때마다
내 머릿속에선 이태전 보았던 대웅전 뒤란의 홍매가 다투어 피어난다.
하지만 선암사 홍매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공연히 나는 김훈 선생이
"사랑이여, 쓸쓸한 세월이여, 내세에는 선암사 화장실에서 만나자."라고 했던
선암사 뒷간에 들러 볼일 보고 나선다.
좀더 큰 대나무통으로 만든 치약통.
하라는 선암사 구경은 뒷전이고,
길을 잘못 들어 찾아간 세숫간에서 급기야는 입에서 캬, 소리 나는
칫솔통을 보고 무릎을 탁, 친다.
대나무를 마디 하나만 남기고 싹둑 잘라놓으니,
이게 바로 자연주의 칫솔통, 최신식 플라스틱 칫솔통이 부럽지 않다.
벽에 걸린 색경을 경계로 저쪽에는 좀더 큰 대나무통을 잘라만든 치약통도 걸려 있다.
선암사 스님들의 세숫간 풍경.
세숫간의 세숫대야는 커다란 돌함지이고,
식수이자 세숫물인 샘물은 통나무 귀애를 타고 흘러내린다.
산바람도 시원한 천연 세숫간!
그저 나는 여기서 손이나 씻고, 공염불이나 외다 내려갈란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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