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고양이, 고향에서의 마지막 겨울
우리 동네 전원고양이가
고향에서의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블로그에 여러번 전원고양이 이야기를 올린 바 있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요지는 이렇다.
이제껏 전원주택 할머니는 마당에 불쌍한 고양이들
밥을 주며 몇 년을 보살펴 왔더랬다.
사건은 작년에 벌어졌다.
이웃집에 산다는 경찰이 술에 취해 밤 늦게
할머니 집을 찾아와 고양이 키우지 말라고,
자기네 집에서 키우는 닭들도 이집 고양이들이 물어죽였다면서
고양이들 총으로 쏴죽이겠다고
폭언과 행패를 부린 것이다.
다음날 확인해보니 깃털이 약간 뽑힌 닭이 있긴 했으나,
죽었다는 닭은 발견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그 정도의 일로 자정이 넘은 시간에
여자 둘만 사는 집에 무단침입해 현관문을 열고
협박과 폭언을 한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를 요구했고,
며칠 뒤 경찰은 할머니에게 사과를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두 달 시간이 지나 이번에는
동네 이장이 찾아와 고양이 키우지 말라고
동네 사람들이 여기서 고양이 키우는 것 때문에 원성이 높다면서
으름장을 놓고 갔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정이 든 고양이를
버릴 수가 없었다.
해서 할머니가 내린 결론은 고양이를 데리고 이사를 가는 거였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통해 알아보았고,
산중마을의 빈집 하나가 있어서 계약을 하기로 하고 찾아갔으나,
다른 사람이 중간에서 먼저 계약을 하는 바람에 이 또한 무산되었다.
지난 겨울이 다 되어서야 할머니는
다른 곳에 조그만 땅을 사게 되었고,
작게나마 집을 짓기로 했다.
결국 이사는 빨라야 봄이거나 봄을 넘길지도 모르게 됐다.
한국에서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는 것을 할머니는 몸소 체험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고양이를 버릴 수 없다는 생각만은 확고했다.
사실 지난해 겨울 나는 여러 자원봉사자 분들과 함께
전원고양이 TNR 프로젝트를 두달에 걸쳐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포획하지 못한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든 전원고양이의 중성화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1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원고양이 중 한 마리는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떠났고,
3마리 정도는 지난 가을에 다른 곳으로 영역을 옮겼다고 한다.
현재 전원고양이는 14마리.
할머니는 혹시라도 녀석들이 추울까봐
평상 아래 박스마다 옷가지 등을 넣어 집을 만들어주었고,
평상 둘레에 비닐을 둘러쳐 보온막까지 설치해주었다.
최근에 나는 인도, 모로코와 터키, 대만을 여행하느라
예전처럼 자주 전원주택을 들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녀석들을 위한 사료만은 꼬박꼬박 챙기려고 애썼다.
이래저래 전원고양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나 자란 고향에서
마지막인지도 모르면서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가장 혹독한 이 겨울 부디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서 함께 새로운 곳으로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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