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엉이로 보이니?
고양이가 부엉이로 변신했다고 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고양이가 순간 부엉이 형상을 하고 앉아 있다면...
그것도 믿을 수가 없다고?
음, 하긴 그렇다.
고양이와 부엉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내가 부엉이로 보이니?"
그런데 엊그제 나는 실로 희한한 풍경을 목격했다.
해질 무렵쯤이었는데,
역광으로 보이는 검은 나뭇가지 사이로 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거였다.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잠시 후 그 부엉이의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고양이였다.
역광 속에서 형체를 드러낸 고양이의 실루엣.
봉달이 녀석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역광 속에 앉아 있었던 거다.
부엉이처럼 앉아 있던 녀석은 나를 발견하자
나무 위에서 쭈욱 기지개를 펴더니
주변을 한번 쓰윽 돌아보고는 풀쩍 내 앞으로 뛰어내렸다.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녀석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봉달이 녀석은 자연 속에서 캣타워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약 열흘 쯤 전에도 녀석은 밭가에 심어놓은 능금나무 위에 올라가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무슨 정찰병이라도 되는양.
역시 그날도 나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나무에서 뛰어내려
내 앞으로 달려왔다.
능금나무에 올라가 주변을 살피는 봉달이.
고양이가 종종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는 하지만,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운이 좋게도 그동안 나는 대여섯 번이나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고,
사진으로도 찍은 적이 있지만,
내가 만난 고양이들이 나무 위로 올라간 까닭은
대부분 개에 쫓겨 올라갔거나 피신을 위해 올라간 거였다.
나를 발견하고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봉달이.
더러 새 사냥을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봉달이는 순전히 재미 삼아 나무를 오르는 것같다.
일종의 야외 자연캣타워라고나 할까.
아무튼 봉달이 녀석의 기행(奇行)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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