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길고양이 희귀병으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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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길고양이 희귀병 걸려 위험한 상태


 

지난 수요일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일단 통덫으로 구조 후, 병원으로 옮겼던 길고양이 바람이는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중입니다. 그동안의 경과를 말씀드리자면, 지난 수요일 제가 사는 곳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동물병원에 바람이를 입원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며칠 입원하면 괜찮겠지, 여겼지만, 녀석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아직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무려 3차에 걸친 혈액검사를 했는데요, 그때까지는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검사를 하고 병원에 머무는 동안 바람이는 계속해서 면역력이 떨어졌고, 화장실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한동안은 물도 먹지 않았습니다. 혹시 범백(백혈구 감소증)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구토나 설사 등 범백의 일반적인 현상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호흡기 관련 질환이거나 결막염으로 보는 이도 있었으나, 어떤 것도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길고양이, 그것도 ‘왕초 고양이’로서 최고 서열의 고양이같은 경우 병원치료 과정에서 긴장,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오히려 상태가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하는데, 바람이의 상태도 그런 것으로 판단돼 지난 토요일에는 바람이를 퇴원시켜 익숙한 환경에 방사 후 약물치료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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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어느 정도 상태가 호전되면 본래 살던 익숙한 곳에 방사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토요일 갑자기 빈혈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동물병원에 들른 천랑 님이 이대로 두었다간 안되겠다 싶어 토요일 좀더 큰 병원으로 바람이를 옮겼습니다. 새로 옮긴 병원에서는 바람이에게 독립공간도 만들어주고 어둡게 만들어 최대한 녀석을 진정시킨 뒤, 다시 검사(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제 나왔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바람이는 희귀병이라 할 수 있는 기생충 감염으로 현재 위독한 상태입니다. 전문용어를 몰라 들은 대로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바람이는 산이나 들을 영역으로 살아가는 야생고양이에게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기생충에 감염되었다고 합니다. 무서운 것은 기생충이 뇌에 침투해 사람으로 치면 ‘뇌성마비’에 걸린 것처럼 신경이 마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바람이는 뒷다리에 마비가 온 상태로 뒷다리를 쓸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구조해서 병원에 왔을 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는 겁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앞으로 3일 정도 더 신경치료와 멸균치료를 해보겠으나,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더 슬프다면 슬픈 것은 바람이가 뒤늦게 밥도 잘 먹고 변도 잘 본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하악질도 안하고, 할퀴지도 않은 채 사람에게 몸을 맡기고 있다고 합니다. 입원 초기만 해도 하악질에 물도 안 먹고 밥도 안 먹고 화장실에만 누워 있던 녀석이 살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 셈입니다. 아마도 녀석 또한 너무 아픈 나머지 사람에게 모든 걸 내맡긴 듯합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도리어 녀석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보여 더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하십니다. 입양자를 찾거나 안락사까지도. 어차피 하반신 마비에 기생충이 감염된 상태로는 제자리 방사를 시켜도 먹이활동은커녕 움직이기조차 힘들 것입니다. 입양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반신 마비가 되면 대소변도 가릴 수가 없게 되는데다 기생충 감염이 된 상태로는 집냥이를 키우는 집으로 입양시킬 수도 없습니다. 집냥이를 키우지 않는 분이 매순간 신경 쓰면서 바람이를 돌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최악의 경우인 안락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지난 1년 넘게 바람이에게 사료를 주고, 아픈 녀석을 발견해 구조해서 병원에 데려간 저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지만, ‘최종 판단’은 현재 바람이의 보호자로 되어 있는 제가 내려야 한다는군요. 그저 막막합니다. 사는 날까지 고통스럽게 생을 연장시켜야 하는 건지, 아니면 생을 단축시켜 고통을 끊어내야 하는 건지. 저는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는데, 판단을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남은 3일이 있으니 그 동안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지난 수요일에 올린 <다급했던 길고양이 구조, 3일간의 기록>을 보고 참으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90명이 넘는 분들이 바람이의 회복을 기원하는 댓글도 달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바람이의 소식을 물어오고 있습니다. 바람이가 회복됐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 고양이별에도 살구꽃은 피겠지::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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