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그릇 핥아먹던 아기고양이
며칠 전 보았던 아기고양이가 생각이 납니다.
연립주택 계단에 앉아서
자장그릇을 핥아먹던 그 아기고양이.
병원에 가느라고 읍내 연립주택 골목에 차를 세워놓고
골목을 걸어가는데,
연립주택 현관문 앞에 아기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었지요.
기껏해야 태어난 지 한달을 갓 넘겼을 아기 노랑이.
유난히 눈도 작고 얼굴도 꾀죄죄했던 그 아기 노랑이.
먹을 게 없어서 자장그릇을 핥아먹던 그 아기고양이.
어미는 어디를 가고 혼자서 먹이를 구하러 나온 모양입니다.
보기에도 녀석은 어미의 보호를 받아야 할 꼬물이에 불과합니다.
병원에 가다말고 나는 길 건너편에서 녀석을 잠깐 바라보았지요.
그러나 그때 내 앞을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
“저 놈의 도둑고양이. 절루가!”
하면서 발을 탕탕 굴렀습니다.
그 소리에 놀라 아기고양이는 놀라고 두렵고 원망스러운 얼굴로
현관문 안으로 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이 아기고양이가 무슨 죄가 있나요.
다 먹고 내놓은 자장면 그릇을 잠깐 핥아먹은 것도 죄가 됩니까?
그러나 더 비겁한 건 저였습니다.
그렇게 큰소리치는 아주머니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못했습니다.
속으로는 꾹꾹 눌러온 백만 마디쯤 준비된 말이 있었지만,
차마 그 말을 못했습니다.
병원에 들렀다가 다시 그 골목에 이르러
한참을 녀석이 들어간 연립주택 앞에 쭈그려앉아 있었지만,
끝내 녀석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오는 길에 산 천하장사 소시지 한 개를 한참이나 만지작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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